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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은메달 기쁨 뒤로한 채… 김보름 ‘속죄의 큰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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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 왕따 논란’에 마음고생 심해/ 銀 확정되자 눈물… 연신 “죄송하다”

사흘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외출은커녕 선수촌 식당에 가는 것도 두려웠다. 사흘 밤새 잠도 설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트랙 위에 설 힘도 없었지만, 그녀는 스케이트 부츠 끈을 다시 조여 맸다. 자신이 지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트랙 위에서 그간 자신이 흘려온 땀의 결실을 맺는 것뿐이었다.

심신 상태가 모두 최악이었음에도 시상대 두 번째 높은 자리에 섰다. 여자 팀추월에서 ‘왕따 논란’에 휩싸였던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25)이 자신의 주종목 매스스타트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이상화(29)에 이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빙속 두 번째 여자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보름은 24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여자 매스스타트 결선에서 8분32초99의 기록으로 다카기 나나(일본·8분32초87)보다 0.12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인트 40점을 얻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한참이나 뒤처진 노선영을 둔 채 결승선에 들어왔다. 이에 ‘노선영 왕따설’이 제기됐다. 인터뷰 태도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김보름은 비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튿날인 20일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사죄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21일 열린 여자 팀추월 7·8위 결정전에서 관중은 노선영에겐 환호를 보낸 반면 김보름에게는 싸늘한 반응과 함께 야유까지 보냈다.

세계일보

김보름이 24일 강원도 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 열린 매스스타트. 이날 강릉 오벌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김보름 파이팅” 등의 응원도 나왔고, ‘김보름, 너를 응원해’, ‘김보름, 우리가 있잖아’ 등의 응원 플래카드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결선 레이스 초반 체력을 비축하며 중하위권에 머물던 김보름은 10바퀴째부터 슬슬 스피드를 올렸다. 13바퀴째엔 5위, 14바퀴째 4위, 15바퀴째 3위까지 뛰어오르며 본격적인 메달 경쟁에 가세했다. 김보름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2위로 달리던 이레인 슈텐(네덜란드)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사진 판독 끝에 은메달을 확정했다. 3위 슈텐과는 단 0.03초차였다. 금메달은 다카기 나나(일본)가 차지했다.

은메달이 확정되자 김보름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면서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김보름의 입에서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나왔다.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면서 큰절의 의미를 “죄송한 마음이 커서 국민께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릉=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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