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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섣부른 지원의 덫…GM, 보조금 끊기자 호주서 바로 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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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GM 철수의 교훈 ◆

매일경제

호주GM이 철수했던 상황이 요즘 한국과 비슷하다. 최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한국GM 부평공장에서도 철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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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호주법인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6년 말 안장 제조회사로 출발한 홀덴은 1908년 자동차 납품회사로 간판을 바꿔 달며 현지 제조업의 상징이 됐다. 이후 1931년 GM 자회사로 편입돼 1948년 승용차를 만들면서 호주 대표 완성차 업체로 자리 잡았다.

산업 판도가 급변한 것은 2010년대부터다. 강성 노조 입김이 세지며 고비용 생산 구조가 극심해졌다. 2011~2013년 차 업종 평균 주급만 19.5% 올랐다. 홀덴 노사는 철수 선언 직전인 2012년 향후 3년간 22% 임금 인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호주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며 수출 경쟁력도 직격탄을 맞았다. 홀덴은 호주에서 차 1대를 만들 때 해외 생산보다 3750호주달러가 더 드는 구조가 됐다. '돈 안 되는 시장'에선 장사하지 않는다는 GM 원칙이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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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 일자리 볼모로 계속 현금 요구

호주 정부는 일찌감치 완성차 업체에 현금을 쥐여주는 방식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전체 완성차 업체 직접고용 인원은 2만명. 250개 부품업체까지 포함하면 직간접 인원은 20만명이나 됐다. 차 산업이 호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 2001년부터 GM·포드·도요타 등 3대 메이저에 매년 1억2000만달러(약 1300억원)씩 보조금을 지원했다.

현금 지원에 맛이 들린 GM은 경영난이 심화하자 일자리를 담보로 계속 지원을 요청한다. 크루즈 등 전략 차종 부진에 2011년부터 생산라인을 통합하고 인력 700명을 줄였다. 호주 정부는 2022년까지 GM 공장 유지를 위해 10년간 10억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우선 2억7500달러를 내놓는다. 하지만 GM 측은 애들레이드 조립공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2억달러 이상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2013년에는 500명 인력 감축을 결정하며 압박에 나섰다.

2013년 9월 총선을 앞둔 정부는 다급해졌다. 선거 직전 차 산업에 2억 호주달러 규모 구제금융을 결정하고 모든 공공기관 차를 호주산으로 구매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GM은 신중했다. 정부 지원책에도 신규 모델 개발 투자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며 완급 조절에 나섰다. 철수설이 불거졌지만 GM 측은 '우리는 여기 있습니다(We're here)'는 캐치프레이즈로 TV 광고까지 나서며 철수설을 불식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직전 여당(노동당) 보조금 정책에 반발한 보수 연립당(자유·국민연합)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새로 집권한 토니 애벗 당시 총리는 시장주의를 내세우며 "더 이상 정부 보조금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GM은 그해 12월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4년 뒤인 지난해 10월 최종 철수를 단행했다. 그동안 GM 측이 받은 누적 보조금은 15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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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GM·호주 닮은꼴…"섣부른 선지원 안 돼"

현재 한국GM 사태는 여러모로 호주와 닮은꼴이다. 경영난에도 강성 노조로 인해 임금 인상을 단행했던 호주처럼 한국GM도 지난 4년간 적자 속에서 매년 1인당 1000만원씩 성과급을 받으며 고비용 구조가 누적됐다. 철수설이 불거지자 GM이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6월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일자리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판박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GM은 각국 정부에서 얼마큼 지원을 뽑아낼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얼마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비수익 시장 사업 유지의 결정적인 기준"이라며 "이 기준이 흔들린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단호히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GM은 현지 시장이 수익성이 있는지 테스트해보고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철수하는 '히트앤드런' 작전으로 유명하다. 2013~2017년 이런 전략을 통해 호주·러시아·인도·유럽 등 '저수익 시장'에서 5만5000명을 구조조정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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