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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우병우 유죄 비춰보면…“당시 검찰 지휘부도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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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르·K 진상은폐 등 책임 묻는 판결에 검찰 내부 지적 나와

“김수남 전 총장 등이 특수부 아닌 형사부에 배당”

“수사 지연·보류 ‘고의성’…만약 기소하면 유죄 나올 것”



한겨레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건물 앞 검찰 깃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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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관련 비위 의혹을 인지하고도 조사하지 않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이 의혹을 제때 수사하지 않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2016년 당시 검찰 지휘부에 대해 같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지난 22일 우 전 수석의 1심 판결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의혹이 큰 이슈로 등장한 2016년 7월 이후 (우 전 수석이) 비위 행위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황들을 확인한 것으로 보임에도 적절한 조사 없이 청와대 내부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관여하거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하는 등 진상 은폐에 가담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한 책임이 있다”며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런 판결 내용이 공개된 뒤 검찰의 한 간부는 “법원이 진상 은폐에 가담했다고 본 우 전 수석의 행위는 방기 또는 방치”라며 “김수남 총장 등 당시 검찰 지휘부는 특수부가 수사해야 할 이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해 수사를 지연·보류시키는 적극적 ‘고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고 무겁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기소를 하면 확실히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당시 김 전 총장 등 검찰 지휘부는 9월20일 이후 <한겨레> 등 언론의 연속 보도로 의혹이 증폭되고, 29일에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두 재단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뇌물과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음에도 사건을 특수부가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형사8부에 배당했다. 참고인 조사 등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던 검찰은 최씨의 태블릿피시(PC)가 언론에 보도된 뒤인 10월26일에야 첫 압수수색에 나섰고, 27일 부랴부랴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 최씨와 차은택씨 등 핵심 관련자들이 독일 등 해외로 도피했고, 전경련은 두 재단 출연과 관련된 문서를 대량으로 파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사건 처리를 결정한 검찰 지휘부는 김수남 검찰총장(퇴직), 김주현 대검 차장(퇴직),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퇴직), 박정식 대검 반부패부장(현 부산고검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현 대구지검장) 등이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언론에 의혹 보도가 쏟아져 나오던 9월 말께에도 김수남 총장은 ‘최씨 등을 무슨 죄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도 “검찰은 대형 스캔들로 번질 조짐이 보이는 사안은 미리 감지해 ‘예방적·선제적 수사’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김 전 총장 등의 대응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 전 총장 등을 수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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