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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APAS]상수역 4번 출구로 나간 당신, 30대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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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결국 되고 말았다, 스물 아홉.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은데 분명히 바뀐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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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변화 중 하나는 사람들과의 ‘약속장소의 이동’이다. 대학시절 왕십리역에 살던(지금은 상왕십리역에 사는) 나는 꽤 오랫동안 2호선을 따라 홍대입구역을 넘어간 적이 없다. 신촌과 홍대는 뻔질나게 다녀 [왕십리-상왕십리-신당- ... -이대-신촌-홍대입구]의 순을 외울 정도였지만 홍대입구 다음역부턴 도화지 였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홍대입구역은 단순히 합정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다와간다’고 말하기 위한 지표가 됐다. 어쩌다 나와 지인들은 홍대에서 합정, 상수로 옮겨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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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왜탈출해

홍대와 합정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홍대. 화려함과 혼잡함이 좋아 갔던 클럽가. 언제부턴가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 들어서더니 이어 ‘방탈출’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방 안에 갇힌 뒤 정해진 시간 안에 일련의 게임을 풀어야만 방을 나갈 수 있는 게임방인 셈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나는 금세 취미를 붙였지만 나의 지인들은 “기다리면 열릴텐데 굳이 돈을 내고 갇혀야 하냐”며 신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취준생 때 알게 된 동생들과 겨우 방탈출을 가고 있다.

합정. 또래의 지인들과는 대신, 콩 볶는 내가 진동하고 소소한 파티의 현장을 연상케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모여있는 합정동에서 모이는 횟수가 잦아졌다. 낮엔 커피와 수다를, 저녁엔 와인과 추억을 나누는 데 정을 붙였다.

또래들이 나이가 들면서 상수역 부근에 되돌아갈 수 없는 세대구분선이 생겼다. 그 선을 지도에 입혀보면 상수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에 놓인 독막로에 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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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역 1번출구 방탈출 카페 위치 [사진=구글맵 캡처]상수역 4번출구 로스터리 카페 위치 [사진=구글맵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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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대여 상수역에 도착했는가. 만약 1번 출구로 나가는 당신은 스무살, 4번 출구로 나가는 당신은 서른살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 각각 방탈출과 로스터리 카페촌으로 나가는 방향이다. 첫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상수역 부근 방탈출 업체들은 독막로를 기준으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로스터리 카페들과 북카페들은 두 번째 이미지에 표기된 바와 같이 상수역과 합정역을 잇는 독막로를 기준으로 남쪽에 모여있다.

#카페대이동

젠트리피케이션. 취직 준비를 하면서 수도없이 들어본 얘기지만 이곳 세대구분선 얘기에도 등장시킬 수밖에 없게됐다.

로스터리 카페들이 상수역 4번 출구 남쪽으로 ‘밀려나게’ 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방탈출이 모여있는 곳은 지난 20년 가까이 꾸준히 땅 값이 오른 홍대상권에 속한다. 비교적 넓은 부지가 필요한 로스터리 카페들은 주택가가 모여있어 땅값이 저렴한 당인리발전소 인근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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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이 크게 오른 상수역 1번 출구 방향은 그래서 ‘가성비가 좋은’ 업체들이 들어섰다. 방탈출이 그러하다. 한 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방탈출이 시간당 2만원~2.5만원의 수익이 나는 것에 비해 커피는 그러하지 않다.

그렇게 카페들은 대이동을 시작해 남하했다. 이동한 카페와 함께 우리의 약속장소도 그렇게 옮겨진 것이었다.

※(주)다음 편에선 이와 비슷한 듯 다른 듯한 강남역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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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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