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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무도 몰랐지만…팀 킴, 이제 우리의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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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예선 1위 돌풍 일으킨 여자 컬링팀

스웨덴과 결승서 3-8 아깝게 패

“도전자의 자세로 다시 시작할 것”

‘영미~’ ‘안경선배’ 등 유행어부터

강호들 꺾으며 대회 안팎서 화제

높아진 관심, 저변 확대로 이어져야



한겨레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한국 대 스웨덴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한국 선수들이 경기 포기를 전하기 위해 스웨덴 선수들에게 가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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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할래?”

그 쪽지 한장에서 올림픽 은메달이 시작됐다. 김은정(29)이 ‘영미’에게 쪽지를 보낸 게 여고 1학년 때였다. 그는 경북 의성 컬링장에 고교생 체험학습 기회가 생기자 ‘단짝’ 김영미를 호출했다. 컬링장으로 친언니 김영미의 심부름을 왔던 김경애가 얼떨결에 친구(김선영)와 함께 ‘팀 킴’(team Kim)에 합류했다. 10여년이 흐른 뒤, 이들은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무관심을 딛고 아시아 컬링 사상 첫 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라는 ‘신데렐라 동화’의 주인공이 됐다.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서 한국이 스웨덴에 3-8로 졌다. 아깝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한국 컬링 역사상 첫 올림픽 준우승이란 눈부신 성과를 냈다.

결승전답게 두 팀은 초반부터 하우스 중앙 자리를 뺏기 위해 치열한 ‘버튼 차지하기’ 싸움을 벌였다. 한국으로선 초반 공격 물꼬를 트지 못한 게 아쉬웠다. 1엔드 후공을 잡은 한국이 1득점에 그치자, 스웨덴은 2엔드를 ‘블랭크 엔드’(무득실 엔드)로 만든 뒤 3엔드에 2-1 역전에 성공했다. 스웨덴은 곧바로 두차례 연속 ‘스틸’(상대 후공에서 점수 뺏어오기)에다 7엔드 한국의 실책을 틈타 대거 3점을 추가해 승부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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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아쉬움에 눈물을 비쳤던 김은정은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이름(김은정)에 ‘은’을 ‘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어려운 일들이 많았는데 선수들끼리 ‘꽃은 흔들리면서 피는 것’이라고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고 되돌아봤다. 김민정 감독은 “최고가 되진 못했지만 다시 도전할 계기가 마련됐다. 늘 도전자의 태도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을 일으키며 올림픽 기간 내내 화제의 한복판에 섰다. 애초 ‘4강 진출’에 초점을 맞췄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8승1패로 예선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1~5위를 모조리 무너뜨렸고, 준결승에선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한일전 승리를 이끌었다. 국내에선 경북 의성 특산물인 ‘마늘’ 관련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외신들은 ‘갈릭걸스’(마늘소녀)라는 애칭으로 이들을 주목했다.

특히 ‘안경선배’ 김은정은 팀을 진두지휘하며 승부처마다 끝내기 스톤을 날려 이번 대회 최고 화제 인물이 됐다. 브룸(빗자루)을 들고 스킵(주장)의 작전을 수행했던 김영미는 ‘영미~ 영미~’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경기 뒤 “갈릭걸스의 이야기가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컬링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올림픽으로 높아진 관심을 활용해 저변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요강단지 게임’이라는 식의 낯선 인식이 존재하는데다, ‘컬링 메카’라는 의성 컬링장 하나를 빼면 일반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경기 시설도 없다.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음달 경기도 의정부에 컬링 전용 경기장이 추가로 들어서지만, 장기적으로 시설과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릉/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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