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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바람도, 코스도 막지 못한 '이상호의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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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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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일정을 미뤘다. 코스도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상호(23·한국체대)는 극복했다. 그 끝은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이었다.

이상호는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예선을 3위로 통과한 뒤 16강 토너먼트에서 세 번을 더 이겨 결승까지 올랐다.

예선에서 1·2차 합계 1분25초06을 기록한 이상호는 1위 네빈 갈마리니(32·스위스)보다 0.28초 뒤진 성적으로 예선 3위에 올랐다. 이어 16강에서 예선 14위 드미트리 사르셈바에프(21·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8강에서 벤자민 카를(33·오스트리아)를 잇달아 제압했다. 카를은 지난달 21일 스위스 로글라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강자였지만, 이상호는 0.94초까지 격차를 벌리며 손쉽게 이겼다.

이미 종전 한국 설상 종목 올림픽 최고 순위인 8위(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를 넘어선 이상호는 4강에서 드라마를 선보였다. 예선 2위인 잔 코시르(34·슬로베니아)와의 대결. 예선 순위 상위 선수에게 레드·블루 코스 중 어느 곳에서 뛸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이날 경기에서는 레드 코스 선수들이 줄줄이 블루 코스 선수를 이겼다. 이상호 역시 16강·8강에서 레드 코스를 선택했지만, 4강에선 코시르가 레드 코스를 선택했다.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상호가 뒤쳐졌다. 그러나 막판 이상호의 스퍼트가 빛났다. 코시르보다 불과 0.01초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육안으로는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 이상헌 코치는 “위에서 봤을 때 상호가 진 줄 알았다”고 했다. 이상호 역시 레이스를 마친 뒤 전광판을 쳐다봐 기록을 확인할 때까지 승리를 자신하지 못했다.

아쉽게 결승에서 이상호는 ‘블루 코스’의 기적을 다시 써내진 못했다. 결승 상대인 예선 1위 갈마리니는 FIS 월드컵 평행대회전 랭킹도 1위를 달리는 강자였다. 큰 실수없이 주행을 마쳤으나 갈마리니보다는 0.43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래도 이상호의 승리는 값지다. 한국 올림픽 설상 종목 첫 메달을, 그것도 은메달로 따내며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상호에게 4강에서 패한 코시르가 동메달을 가져갔다.

이상호는 2016~2017 FIS 월드컵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설상 첫 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서는 최고 성적이 7위에 그쳤고, 시즌 평행대회전 랭킹도 10위에 머물러 기대치가 낮아졌다. 하지만 이상호는 “월드컵 대회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는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춰 치렀다”고 말했다.

바람이 불어 22일 열려야 할 예선이 이틀이나 미뤄졌다. 그러나 “모두에게나 똑같은 환경이 주어진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되레 “홈코스 어드밴티지는 없었다”고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대회 당일까지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고, 개인에게도, 한국 설상 종목에도 첫 메달을 안겼다.

<평창|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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