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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트럼프, 사상최대 대북제재 발표뒤 “효과 없으면 ‘2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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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선박·해운사 등 56곳 새 제재대상으로 지정

북한과 ‘선박간 환적’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경고장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수도”…협상 여지도 열어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산 석탄 수출과 ‘선박간 석유 환적’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 중국, 홍콩 등의 선박 28척과 해운회사 27곳을 새 독자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해 온 대만 국적 개인 1명도 제제대상 명단에 올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23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례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최대 규모의 제재”로 표현했다. 앞서, 미 정부는 평창겨울올림픽 직전인 지난달 24일 중국과 북한의 기관 9곳, 개인 16명, 선박 6척을 제재한 바 있다.

이번 제재대상을 구체적으로 보면, 국제 해운회사 9곳과 이들의 선박 9척이 포함됐다. 북한산 석탄 수출 및 선박간 정제유 환적에 사용된 선박이나 이와 관련된 회사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해운회사와 선박은 국적별로는 중국, 파나마, 코모로, 탄자니아, 홍콩, 싱가포르, 마샬제도 등으로 다양했다.

재무부는 또 북한 해운회사 16곳과 북한 선적 선박 19척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 주로 유조선을 소유한 회사 및 해당 유조선이었다. 공해상에서의 선박간 환적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대상엔 사실상 현재까지 그들이 (선박간 환적에) 사용하고 있는 모든 선박을 포함하고 있다”며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제재가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군사적으로 선박간 환적을 봉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군사 행동과 관련해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선 어떤 것도 미리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제재대상 수는 많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대상 지정 개인·법인은 미국의 개인·법인과 거래를 할 수 없고, 미국 내 자산 등이 동결된다. 북한의 선박이나 기업이 미국 항구에 입항하거나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은 적다. 또한 다른 국적의 해운회사나 선박 등도 규모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미국의 이번 독자제재는 두가지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석탄 수출 및 선박간 환적에 관여할 경우 독자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제3국의 해운회사에 대한 경고 효과다.

실제 이날 재무부는 국무부 및 해안경비대와 함께 제재 대상 발표와 동시에 ‘국제 운송 주의보’를 발령했는데, 북한과의 물품 거래를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오른 기업은 평판과 신용악화로 다른 국가의 기업 등과 거래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두번째, 미국의 전략은 이번 독자 제재대상을 최대한 유엔 제재대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재대상 명단을 오늘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결의 2397호는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입항 선박의 억류, 검색, 자산 동결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의 독자대상으로 지정된 선박 등이 유엔 제재대상으로까지 지정될 경우, 원칙적으로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입항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번 제재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날 ‘경제봉쇄’에 더 근접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 해운회사나 선박들이 제재대상으로 오르지 않은 것에 따른 제재효과 의문과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북한이 소형 선박 등을 이용해 제재 회피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선 나온다.

이번 제재의 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의 면담 몇시간 뒤, 또한 북한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대표단 방문을 코앞에 두고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그 지역(한국 및 일본)에 갔을 때 이것(가장 단호한 제재)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제재들은 당시에는 준비돼 있지 않았다”며 “발표한 준비가 됐었다면 더 일찍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부처간 협의 위에서 정보기관들과 함께 해야 하는 엄청난 작업다”라고 덧붙였다. 제재대상 선별 및 증거확보, 부처간 논의 등 실무적 절차에 따른 발표이지,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임할 때까지는 대북 제재 압박 강도를 계속 높이겠다는 그간의 공언을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직후 연 공동회견에서 “이번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 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2단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며 특유의 ‘모호성 전략’을 다시 구사했다.

그는 그러나 “내가 그 카드를 꼭 쓰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협상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도 계속 열어뒀다. 그는 앞서 이날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도 “오늘 북한에 대해 전례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를 부과했다”며 “솔직히, 그리고 희망컨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지켜보자. 희망컨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반복해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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