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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하루 채소 350g 먹자” 일본 지자체들 팔 걷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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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높이는 생활습관병 예방 몰두

당뇨병 환자 많은 도쿄 아다치구

5년간 ‘채소 먹기’ 사업 효과 톡톡
한국일보

일본 도쿄 아다치구는 구민들의 채소 먹기 캠페인을 벌이며 지역내 주요 화두로 띄우고 있다. 채소먹기 레시피 등을 소개하는 아다치구 홈페이지 캡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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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민의 식습관 개선이나 잘못된 습관에서 생기는 병을 예방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음식점에서 채소를 충분히 사용한 메뉴를 개발하도록 독려한다거나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교재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이는 의료비 감축 등 고령화 사회의 취약점에 적절히 대응해 지자체가 주민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다. 주민 개개인의 건강과 인생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 선거 때 표를 얻지 못한다는 행정서비스 차원의 압박감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가 대표적으로 채소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타센주 마루이 백화점에 채소관련 상설매장이 생겨 ‘키친가든350’이 인기를 끌고 있다. 350은 하루에 350g의 채소 섭취 기준량을 말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 매장은 아다치구가 도쿄도 중앙도매시장 등과 의기투합한 당뇨병대책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2013년 이후 시장과 거래하는 소매점과 채소가게에 식품개발을 호소하는 등 지역 내 음식점의 10%인 600여곳이 참가하고 있다. 상가에선 일본산 채소인 고마쓰나(小松菜ㆍ소송채)를 사용한 스무디(과일이 들어간 걸쭉한 음료)가 인기다.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접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이달부터는 채소가 듬뿍 들어간 ‘앙카케 중화 라멘(800엔)’도 개발했다.

아다치구가 당뇨병 대책을 시작한 것은 40세~74세의 국민건강보험 피보험자 1명당 당뇨병 의료비가 도쿄 23구에서 가장 높게 나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채소먹기 사업을 시작해 5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2개월간 평균 혈당상태를 조사한 검사에서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이 우려되는 구민의 비중이 2012년 4.94%에서 2015년 4.52%로 줄어들었다. 구청 측은 구민의 ‘건강수명’(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뺀 개념)도 남녀 모두 도쿄의 평균치와 차이가 좁혀졌다며 고무돼 있다.

식생활을 지역차원에서 개선하려는 시도는 일본 각지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나가노(長野)시는 작년 11월 채소를 먹고 생활습관병을 예방하자는 ‘나가노 베지라이프 선언’을 발표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 음식점과 호텔측에 채소사용 메뉴개발을 호소하는 활동이다. 매월 8일을 ‘채소의 날’로 정해 보육소나 기업 사내식당에서 채소를 선택하도록 설득한다.

식습관 개선을 위한 젊은 세대 교육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키나와(沖繩)현은 채소류 먹거리 교육을 주제로 한 부교재를 현지 의사회, 영양사회와 함께 개발해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과거 일본내 대표적인 장수 지역으로 불렸지만 순위를 빼앗긴 뒤 채소가 들어간 향토요리 개발을 건강 이슈로 띄우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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