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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빅픽처] 영화계 '미투' 어려운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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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SBS funE | 김지혜 기자]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이 한창이던 22일. 영화 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모두들 "터질 게 터졌다", "이제라도 밝혀져서 다행이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면서 "영화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맞춰졌다. 그렇다면 영화계도 연쇄 미투('나도 당했다'라는 의미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이 일어날까?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 '천만 배우' 오달수의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지만 이건 새 발의 피다. 영화계에도 이윤택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암암리에 비도덕적 행위를 일삼아온 권력자들이 상당수다. 관계자들을 영화계의 진짜 시한폭탄은 예상외로 터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폭로하려면) 밥그릇 내놔야 하는데 쉽지 않죠."

사건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법적 분쟁이라는 점에서 김기덕 감독과 무명 여배우의 고소 사건은 중요한 예가 된다.

사건의 발생은 2013년이었으나 고소는 2017년에나 이뤄졌다. '이제와서?'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도!'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피해자는 상당한 연차를 자랑하는 여배우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위치에 있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한국 나아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거장이다. 여배우는 피해 사실을 영화인 신문고에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준비했다. 진실을 말하고서도 '역풍'을 맞거나 '불이익'을 당할 경우의 수까지 예상하고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연기 지도를 이유로 불합리한 폭력을 당한 것을 고발하는데도 이런 노력이 필요한데 성범죄 폭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1:1의 상황, 개인적 공간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폭행이 아닌 성희롱의 경우 사실관계 파악이 까다로워 범죄 성립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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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해 가해자만큼이나 피해자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연극계, 영화계는 타 사회보다 훨씬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 집단이지만, 그들의 문화나 위계는 비민주적이다. 감독과 제작자는 제왕적 지위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몇몇 스타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과 제작자, 배우의 한 마디에 돈이 움직이고 캐스팅이 이뤄지는 엄격한 상하 권력 구조에서 신인이나 무명의 배우가 불의와 불합리에 대항하기는 어렵다. 목숨줄과 밥그릇을 내놓고 싸울 각오가 돼 있어야 '용기 있는 고백'이 가능한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용기 있는 고백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제대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의 메아리가 '문화' 혹은 '관행'이라는 말로 뿌리내려온 '적폐'를 청산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크고 작은 과오를 저질러왔으나 밝혀지지 않은 이들은 최소한 자중의 노력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온 권력자들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몇몇 제작자들은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몇몇 감독들 또한 "현장에서 무의적으로 해온 음담패설이 여성 스태프에겐 언어 폭력 혹은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반성하고 개선할 것이다"고 전했다.

다만 불붙은 미투 운동 속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크고 작은 제보가 이어지고, 폭로 과열 양상을 띠는 분위기에서 거짓 제보와 확대 증언으로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거나 피해 가족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지는 것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제보가 이어졌을 당시 박진성 시인이 성푹행 누명을 쓰고 괴로워하다가 자살 시도를 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일어난 바 있다.

피해-가해 제보와 폭로에 대한 확실한 검증과 확인은 기본적이면서 아주 중요한 절차다. 언론의 과열 보도와 여론의 마녀사냥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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