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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 "직원이라고 의사자 안 된다면 누가 목숨 걸고 구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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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으로서 책무를 다한 것이기 때문에 의사자는 문제가 좀…” 李총리 발언에 유족들 거센 반발 / 총리실 “관련법 규정에 근거해 원론적인 입장에서 한 발언이다” 해명

“세종병원 의료진 3명은 직원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한 것이기 때문에 의사자로 선정하는 것은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

지난 2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참사로 숨진 40여명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밀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분향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족협의회 대표 7명과 가진 간담회 석상에서 한 발언이다.

이 같은 소식이 밀양, 경남 지역사회와 관련업계로 퍼져나가면서 유족 등이 24일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일보

지난달 26일 화재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족과 밀양시 등에 따르면 이 총리는 보건복지부 차관과 경남도 정무부지사, 박일호 밀양시장이 배석한 유족대표와의 간담회 때 유족대표의 “화재참사로 숨진 의료진 3명을 의사자로 선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한 유족 관계자는 “만약 국무총리 가족 분 중 누군가가 같은 상황에서 구조활동을 하다가 희생됐더라도 같은 말씀을 하실 건지 의문스럽다”며 “관련 법규정은 잘 모르겠으나 유족으로서는 심히 유감스럽고 서운한 말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시와 경남지역 의사협회와 간호, 간호조무사 관련단체들도 노골적인 불만을 외부로 나타내지는 않지만 내심 희생된 의료진 3명에 대한 의사자 선정이 무산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유족협의회 측은 강도높은 불만을 드러내며 관련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환자들을 구하려다 숨진 의료진의 희생은 평가받아야 하고 합당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환 유족협의회 대표는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한 대형화재나 경주, 포항 대지진 등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인을 구하려다 숨진 사람이 직원이라고 해서 의사자가 안 된다면 앞으로 누가 목숨 걸고 구조에 나서겠느냐”며 총리의 말씀이 실망스럽고 향후 의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저해요인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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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7시 30분쯤 발생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참사 때 숨진 의료진 3인.(왼쪽부터 당직의사 민현식(59)씨, 책임간호사 김점자(49), 간호조무사 김라희(37)씨.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대표는 이어 “현재도 행정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 등이 근무수행 중 숨져도 모두 ‘순직’ 처리되고 있는 데 민간인의 경우 직원이라고 해서 의사자 대우를 못 받는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특히 “세종병원 참사로 숨진 의료진 3명 뿐만 아니라 구조활동을 하다 다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생존 직원 상당수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닌데, 이 분들도 모두 의상자로 선정돼야 한다”며 “정부가 의사상자 지정에 미온적으로 나온다면 유족협의회 차원에서 관련업계, 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발언 배경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의 간담회 때 발언은 숨진 의료진 세 분을 의사자로 선정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관련법 규정상 원론적인 입장에서 한 발언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자 선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관할 지자체에서 유족들에게 관련 서류를 구비해 신청서를 내도록 안내절차를 마쳤으며, 서류가 지자체를 거쳐 중앙정부 관할 부처에 접수되면 의사상자심사위원회(심의위원 15명)에 심의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행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관련 직무상 행위를 하다 숨질 경우 의사자 선정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유족들이 충분히 준비해서 신청서를 제출하며 심사해서 결정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밀양=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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