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시승기] 극대화된 실용성에 첨단의 혼(魂)을 얹었다…6년만에 돌아온 신형 싼타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005380)는 우울한 1년을 보냈다. 한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해외 시장에서 전년대비 판매량이 8% 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신형 그랜저를 앞세워 어느 정도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기아자동차(000270)쏘렌토의 독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하던 현대차가 마침내 21일 완전변경한 신형 싼타페를 내놨다. 지난 2012년 출시된 3세대 싼타페 이후 6년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4세대 모델이다.

조선비즈

2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 주차된 신형 4세대 싼타페/진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0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싼타페는 그 동안 가족을 중시하는 ‘아버지들의 차’로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무난한 디자인에 넉넉한 실내공간, 두드러지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주행성능 등 ‘적당한 수준의 중형 SUV’가 지난 17년 동안 싼타페에게 부여된 이미지였다.

4세대 신형 싼타페는 이전에 나온 선배 모델들과 뚜렷하게 차별화 된 특징을 보인다. 기존의 싼타페가 보여준 무난한 수준의 외양 대신 코나와 넥쏘 등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의 신형 SUV 모델들에서 엿보이는 현대차만의 확고한 디자인 철학이 적용됐다. 그저 그런 덩치좋은 SUV라는 기존의 인식을 거부하듯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한 첨단 안전·편의사양 역시 눈에 띄게 확대됐다.

현대차는 올해 사업의 거의 전부를 신형 싼타페에게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쏘렌토에게 빼앗겼던 SUV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은 물론 지난해 그랜저가 그랬던 것처럼 전체적인 판매실적 개선을 이끌 정도의 ‘4번 타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점차 힘을 잃어가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동력을 되살리는 것도 신형 싼타페의 몫이다.

21일 경기 일산 킨텍스를 출발해 김포를 거쳐 파주 임진각까지 이르는 왕복 약 120kim의 구간에서 신형 싼타페를 타봤다. 시승차는 디젤 2.0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7인승 모델로 풀옵션이 적용된 차량이었다.

◇ 코나·넥쏘와 닮은 첫 인상…몸집 키우고 실내공간은 실용성 확대에 중점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전면부/진상훈 기자



신형 싼타페의 첫 인상은 앞선 싼타페 모델들의 디자인 전통을 계승하기보다 최근 현대차가 추구하는 SUV의 디자인 패턴을 따르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느낌이 강했다. 큼지막한 캐스캐이딩 그릴과 가늘고 길게 뻗어 날렵한 느낌을 주는 주간주행등, 주행등과 위, 아래로 분리돼 견고하게 위치한 헤드램프 등은 최근 출시된 코나, 넥쏘와 흡사한 이미지였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측면부/진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형 싼타페는 전장 4770mm, 전폭 1890mm, 전고 1680mm, 축거 2755mm의 차체 크기로 설계됐다. 이전 3세대 모델에 비해 전장과 축거는 70mm와 65mm, 전폭은 10mm가 각각 커졌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후면부/진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탑승해 보니 넓어진 실내 공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뒷 좌석에 탑승했을 때 앞 좌석 등받이와 무릎 사이의 공간은 넉넉했고 승차감도 수준급이었다. 키 181cm인 동승자가 뒷 좌석에서 다리를 꼬아도 앞 좌석 등받이에 닿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넓었다.

실용성이 강조되는 SUV답게 화물 적재공간 또한 기존 3세대 모델에 비해 한층 넓어졌다. 5인승 2열 후방의 트렁크 용량은 585리터에서 625리터로, 7인승 모델의 3열 후방 용량은 125리터에서 130리터로 확대됐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적재공간/진상훈 기자



실내 디자인은 화려함보다는 보다 쉽게 각종 버튼을 조작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립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던 기존 모델과 달리 신형 싼타페는 큼지막한 돌출형 디스플레이를 선택했다. 센터페시아에는 잡다한 여러 버튼들을 배제하고 사용빈도가 많은 버튼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배치해 사용하기가 한층 편해졌다. 특히 운전자와 탑승자가 주행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조장치를 아랫 열에 별도로 배치해 이용 편의성을 증대시킨 점도 마음에 들었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실내공간/진상훈 기자



시승한 차량의 스티어링휠 안쪽에 위치한 계기판은 7인치 컬러 LCD로 이뤄진 버추얼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기존 모델과 차별화 돼 신형 싼타페의 첨단 이미지를 강조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각 주행모드에 따라 클러스터의 색이 파랑색, 녹색, 빨강색으로 변했다. 전방에 햇빛이 강렬하게 들어와도 시인성이 높아져 운전 중 각종 주행정보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윈드실드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통해 표시된 속도와 방향표시 이미지도 큼지막하고 선명해 전방을 주시하고 주행하는데 편리했다.

◇ 힘 키우는 대신 똑똑해진 싼타페…전 모델 ADAS 기본 적용, 자율주행 기능 돋보여

신형 싼타페는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스마트 등 총 4가지 주행모드로 구성돼 있다다. 컴포트 모드로 운행을 시작한 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매끄럽게 치고 나갔다. 강한 힘을 받고 치고 나간다는 느낌보다는 안정감있게 속도를 서서히 끌어올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보닛을 개방한 후 엔진룸/진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형 싼타페는 8단 자동변속기와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MDPS)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을 현대차 최초로 탑재했다.

6년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답게 정숙함도 수준급이었다. 첫 시동을 걸 때와 속도를 높일 때 디젤 엔진의 거친 구동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고 주행 중 진동도 미세한 수준이었다. 노면의 잡음이나 풍절음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각까지 이르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속도를 끌어올리자 디젤차 특유의 엔진 소음이 들리긴 했지만, 대화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고속 주행구간에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 다시 속도를 내봤다. 확실히 컴포트 모드에 비해서는 치고 나가는 느낌이 강했지만, 거친 엔진의 진동과 구동음이 거의 들리지 않다보니 지난해 제네시스 G80 스포츠나 기아차 스팅어 등을 탔을 때 즐겼던 폭발적인 힘은 느끼기 어려웠다.

조선비즈

시승한 신형 싼타페에 탑재된 돌출형 8인치 내비게이션/진상훈 기자



시승한 디젤 2.0 모델의 최고출력은 186마력, 최대토크는 41.0kg·m이다. 제원상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기존 3세대 싼타페와 동일하다. 6년만에 바뀌는 완전변경 모델인 만큼 스포츠 모드에서는 프리미엄 세단과 같은 강렬한 힘을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신형 싼타페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강점은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해 다양하게 늘어난 안전과 편의사양이었다.

주행 중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기능을 활성화 한 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 봤다. 차체는 정확하게 차선을 유지한 채 스스로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선보였다. 간혹 주변의 차량이 차선을 넘어오자 속도를 줄이며 앞 차와의 간격을 벌리기도 했다. 곡선주로에서의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었다. 킨텍스를 출발해 임진각까지 가는 1차 주행코스의 절반 정도를 부분 자율주행에 맡겼지만, 신형 싼타페는 정해진 속도대로 안정감있게 운행을 지속했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7인치 컬러 LCD 버추얼 클러스터/진상훈 기자



신형 싼타페가 가진 주요 강점 중 하나는 지능형 주행안전기술(ADAS)을 국산차 최초로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한 것이다. 이미 자동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ADAS는 최근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기능이 됐지만, 대부분 선택사양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형 싼타페는 ADAS를 기본 적용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부분 자율주행 기능과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등 다양한 안전 관련 세부옵션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셈이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센터페시아 하단에 위치한 무선 스마트폰 충전 시스템/진상훈 기자



힘을 키우는 대신 똑똑함을 키우려는 시도는 다양한 세부 편의사양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주행 중 실제로 이용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과 함께 버튼 하나로 음원 서버를 통해 재생 중인 음악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하운드’,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아이)의 음성인식 서버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 등이 적용돼 엔터테인먼트 기능에서 쓰임새가 훨씬 넓어졌다.
◇ 디젤 모델 최고급 트림, 풀옵션 적용시 가격은 4100만원대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16.6km였다. 신형 싼타페의 제원상 복합연비는 디젤 2.0 모델 기준으로 리터당 13.8km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서 연비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행을 컴포트 모드로 했고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시속 80km 이하의 부분 자율주행으로 주행했기 때문에 제원상 연비보다 훨씬 높게 측정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신형 싼타페의 주행사진/현대차 제공



신형 싼타페의 판매가격은 디젤 2.0 모델이 ▲모던 2895만원 ▲프리미엄 3095만원 ▲익스클루시브 3265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3395만원 ▲프레스티지 3635만원이다. 디젤 2.2모델은 ▲익스클루시브 3410만원 ▲프레스티지 3680만원이다. 가솔린 2.0 터보 모델은 ▲프리미엄 2815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3115만원으로 결정됐다.

디젤 모델 기준으로 대부분의 트림이 기존 3세대 모델에 비해 가격이 100만원씩 인상됐다. 6년만에 출시되는 신차인데다 ADAS를 포함한 안전과 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이라고 판단된다. 풀옵션을 적용해도 모던과 프리미엄, 익스클루시브,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은 3800만원 이하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신형 싼타페 출시와 함께 추가된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는 풀옵션을 적용할 경우 가격이 4100만원선이다. 디젤 2.2 모델 프레스티지는 풀옵션을 적용하면 414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가 6년의 시간을 두고 상당한 공력을 들여 선보인 신차다. 지난해 출시된 코나의 디자인에 대해 호평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코나와 흡사한 4세대 싼타페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 역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힘을 키우는 대신 공간을 늘려 실용성을 키우고 부분 자율주행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과 편의사양을 적용한 점도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둔 지금의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맞는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신형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신형 싼타페의 내부와 외관 동영상/진상훈 기자



▲신형 싼타페의 부분 자율주행 기능 동영상/진상훈 기자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