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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비행기 좌석 테이블, 수평 아닌데 왜 음료수는 안 쏟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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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좌석 테이블이 사실은 수평이 아니다?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42] 지상에 있는 여객기가 힘차게 이륙할 때를 생각해보자. 안전을 위해 승무원들 지시에 따라 이륙하는 동안 좌석벨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승무원들 역시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맨 뒤 여객기가 안전한 궤도에 이를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수평비행에 들어서면 벨트 착용 의무화를 요구하는 좌석 위 빨간불이 꺼지면서 이제서야 창문도 닫을 수 있고 좌석 식탁도 펼 수 있다.

수평비행이란 비행기 날개에 생기는 리프트(Lift·위로 들어올리는 힘)와 기체에 가해지는 웨이트(Weight·아래로 끌어내리는 힘)가 서로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서로 균형을 이루니 각각에 주어지는 힘의 합이 0이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여객기가 순항 고도에 다다르고 수평비행에서 들어서도 기체의 각도는 엄밀히 말해서 0도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타는 여객기는 순항고도에서도 머리부분(기수)이 살짝 들린 자세로 비행한다. 왜냐고? 핵심은 조종실에 있는 오토 파일럿(Auto Pilot)이다. 오토 파일럿은 그날의 비행에 가장 적합한 속도를 컴퓨터로 미리 산출하고 필요한 트러스트(Thrust·앞으로 나가는 힘)를 계산하여 자동으로 제어한다. 이러한 트러스트가 줄어들면 결론적으로 위로 뜨게 하는 리프트도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비행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부분 각도도 자동으로 조정된다. 그러기 때문에 순항 중인 기체는 완전한 수평이 되는 것이 아니라 머리부분의 각도가 보통 3도 정도 들린 상태로 비행을 한다.

여기서 공기 흐름의 방향과 날개의 경사각이 이루는 각도를 영어로 'Angle Of Attack(AOA)'이라고 한다. 혹은 영어 그대로 해석해서 공격각 혹은 받음각 또는 앙각·영각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받음각이 커질수록 리프트도 증가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항공기가 수평 비행할 때 항공기를 뜨게 하는 힘인 리프트는 항공기를 뜨게 하는 힘이다. 그러나 받음각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리프트가 감소하고 드래그(drag·항공기를 뒤로 끄는 저항힘)가 증가한다. 드래그는 비행기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힘이므로 드래그가 커지면 비행기가 추락한다. 이러한 리프트의 크기는 받음각, 비행속도, 날개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

매일경제

사진=에미레이트 항공 공식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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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객기 머리부분을 올리거나 내려서 각도를 바꾸는 조작을 '피치 컨트롤(Pitch control)'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조종간의 위를 들면 각도가 커지고 아래로 내리면 각이 내려간다. 보통 이륙 또는 상승할 때의 AOA는 14~15도 정도 된다. 이보다 더 커지면 '스톨(Stall·실속)'이라고 해서 항공기가 추락하는 원인이 되는데 이건 조금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3도는 매우 작은 각도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기울기는 보통 사람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뭐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스파이더 센서'를 장착한 사람이라면 기내를 걷거나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전방으로 쏠리거나 뒤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은 일반인은 알기 힘들다는 소리다.

여기까지 읽으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겠다. 승무원이 여객기 식탁에 따르는 음료의 경우 쏟아지지 않고 곧잘 수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3도 정도 기울어 있으면 쏟아질 수도 있지 않겠나. 하지만 사실 이것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웬만한 항공사에서 나오는 여객기의 경우 이럴 것에 대비해서 처음 설계 시부터 3도 정도 기울어지게 설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지상에서 타는 여객기의 경우 사실 기체 안이 처음부터 보통 앞으로 마이너스(-) 3도 정도 기울어진 비행기인 것이다.

[Flying Johan/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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