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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양날의 검’ 北 인권 들고 '홈그라운드' 제네바 가는 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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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업무보고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중앙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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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에 참석한다. 미국과 북한 양측이 모두 주시하는 ‘양날의 검’인 북한 인권 문제를 들고서다.

고위급회기에서 각국 대표들이 하는 기조연설은 인권이사회의 하이라이트다. 강 장관의 연설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이에 당초 외교가에서는 강 장관이 아닌 조현 2차관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압박의 신무기로 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잇따라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부각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북한에 억류됐다 돌아온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웜비어의 아버지와 동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보고서를 내고 북한 내에서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또 최고지도자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며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촉구했다.

반인도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ICC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인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외교 소식통은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반인도범죄 책임자로 지목된 것은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COI 보고서가 나온 이후 북한은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현안이 되지 않도록 전방위 외교를 펼쳤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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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밴쿠버 그룹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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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이 발신할 북한 인권 메시지에 북·미 모두 주목하는 이유다. 수위에 따라 한·미 간에 북한 인권 문제 접근에 있어 입장차가 부각할 수도, 북한이 반발해 현재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남북 관계 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에 당초 장관이 아닌 차관이 참석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인권이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공식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 장관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는 피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강 장관이 직접 참석을 결정했다. 인권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강 장관의 외교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제네바는 강 장관이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로 근무했던 홈그라운드이기도 하다.

강 장관은 연설에서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할 전망이다. 이산가족 문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판과 별개로 박근혜 정부 때처럼 인권 문제를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는 신중한 분위기다. 인권 문제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강 장관은 표현 하나하나를 직접 다듬으며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2016년 3월 이수용 당시 외무상이 참석해 국제사회의 비판에 반발하며 인권이사회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고, 지난해에는 외무성 본부에서 고위 당국자가 참석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올해도 아직 고위급 인사가 온다는 통보는 없는 것으로 안다.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강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 인권 문제를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2015년 12·28 합의에서 한·일이 “양 측은 향후 유엔 등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한 이후 정부는 2016년, 2017년 인권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해당 합의가 내용과 절차에 있어 하자가 심각하다고 결론 내렸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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