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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LB인베스트먼트 중국서 3년만에 6배 대박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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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투자 중국 데이팅앱 2위 탄탄을 나스닥 상장 중국 1위 기업 모모가 인수
2016년 투자 대열 합류한 미래에셋⋅에이티넘도 2년도 안돼 3배 수익 기대

조선비즈

탄탄 홈페이지. 32억 9295만 8464라는 아래 숫자는 23일 현재 탄탄 앱을 통해 남녀가 접촉한 횟수 누계로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중국 스타트업 투자 3년여만에 약 6배의 수익을 내는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LB인베스트먼트가 2015년 투자한 중국 2위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탄탄’(探探)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1위 데이팅 앱 업체 모모(陌陌)에 7억 6300만달러에 팔리기 때문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7월과 2016년 5월 두차례에 걸쳐 총 6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가운데 200만달러를 투자해서 확보한 지분을 지난해 6월 400만달러를 받고 매도했다.이미 100% 차익 실현을 한 것이다.

모모는 23일 265만주의 주식과 현금 6억달러로 탄탄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탄탄 및 탄탄의 모든 주주들과 최종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억 6300만달러 규모 거래라고 전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36커(氪)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한 탄탄은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총 1억 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2차와 3차 라운드에서 탄탄의 기업가치는 각각 4500만달러와 1억달러에 달했다.

3차 라운드에서는 한국의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각각 2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도 지분 가치 희석 등을 감안하면 이번 탄탄의 매각으로 3배 수준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은 지난해 6월 진행된 4차 라운드에서 7000만달러를 유치하면서 3억 2000만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36커는 전했다. 이번에 7억 6300만달러에 매각되면서 불과 반년 새 기업가치가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모모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올 2분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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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데이팅 앱 시장 공룡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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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모모와 탄탄의 ‘결혼’이 이 산업(데이팅 앱)에서 진짜 유일한 플레이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군소 데이팅 앱 업체들의 생존공간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36커는 중국 데이팅 앱 1위와 2위가 손을 잡은 것이라며 모모가 여성과 젊은층 비중이 많은 탄탄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2011년 설립된 모모는 2014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이후 이미 주가가 2배이상 뛴 모모는 이날 탄탄 인수 소식이 나온 후 13%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탄탄의 창업자인 왕위(王宇)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6월 36커와 인터뷰하면서 당시 가입자 9000만명 가운데 유효가입자가 6000만명이고, 하루 활성 사용자(DAU)는 600만명이라고 공개했다. 36커는 올 1월 탄탄의 DAU가 70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여성 비중이 많은 게 특징이다. 중국의 아이메이컨설팅에 따르면 탄탄 가입자중 여성 비중은 47.7%로 모모(22.7%)의 2배를 웃돈다. 모모의 탕옌(唐岩) 회장 겸 CEO는 “여성 가입자의 체험을 중시하는 탄탄의 이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탄탄은 또 유효 가입자 가운데 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75% 이상을 차지할 만큼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공략해왔다.

모모는 데이팅 앱으로 시작했지만 온라인 생중계를 크게 확대하는 것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온라인 생중계가 당국의 규제 여파 등으로 유료 가입자수가 410만명 수준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추가 성장 모멘텀을 얻는 게 과제가 됐다.

때문에 원래의 데이팅 앱에서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탄탄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파트너를 잡은 것이다.

모모는 작년 9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9440만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7740만명)에 비해 1700만명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보다 89% 증가한 9380만달러를 기록했다.

모모는 탄탄이 올 1월에 도입한 VIP회원제도가 수익성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탄탄이 벤치마킹한 미국 데이팅 앱 틴더(Tinder)의 틴더 골드 서비스는 최근 1년 애플 앱스토어 판매량 최고 앱에 올랐다고 36커는 전했다. 덕분에 틴더의 모기업인 매치(Match)그룹 주가가 최근 2년새 최고 수준인 42달러에 이르고 있다.

아이메이컨설팅에 따르면 중국의 데이팅 앱 사용자 규모는 2016년말 기준 4억 8800만명에 이른다.

◇투자를 고사(固辭)한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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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 탄탄 창업자(왼쪽)와 LB인베스트먼트의 박순우 중국법인 대표 /탄탄⋅LB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가 탄탄과 접촉한 건 3년전이다. 박순우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박순우 대표는 2015년 2월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난 직후 왕위 탄탄 CEO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데이팅 앱 틴더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중국의 유사 앱 조사를 마친 뒤였다.

모방에서 출발 중국 거대 시장에 맞는 미세혁신으로 공룡이 된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최신 기술흐름을 모니터링해오던 그에게 탄탄은 최고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다가왔다.

“여성을 배려하는 기업이념이 제품설계에 녹아있는게 좋았고, 무엇보다 부부가 창업한 회사여서 앱을 불건전한 무대로 변질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갔었어요.”

하지만 박 대표의 전화에 왕 CEO는 당분간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고사를 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안받겠다니? 창업후 첫번째 투자유치가 그해 1월 마친 뒤여서 우선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투자유치에만 매달리는 스타트업이 아니구나” 박 대표의 구미는 더 당겨졌다.

“설득에 나섰지요. 제가 느낀 탄탄 앱의 장점을 조목 조목 설명했더니 반응이 오더군요. 만나서 제품 개선 아이디어 얘기나 하자고 하더라구요. “ 상하이에 사무소를 둔 박 대표는 그날 곧바로 탄탄이 있는 베이징으로 올라가 다음날 숙소 호텔에서 왕 CEO와 조찬을 같이했다.

그렇게 만남이 시작된 뒤 박 대표는 스웨덴 유학파인 왕 CEO 부부가 △첫번째 창업에 실패했다는 것 △그 때의 투자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2번째 창업에 나설때 지분 30%를 아예 떼내어 첫번째 창업기업 투자자들에게 무상으로 배분한 사실 등을 알게됐다.

더욱 믿음이 갔고, 제품과 마케팅 방안을 놓고 둘의 교류가 빈번해졌다. 왕 CEO는 LB인베스트먼트가 단순이 돈을 대는 곳이 아닌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됐고, 결국 2차 투자유치할 때 LB인베스트먼트가 한국 벤처캐피털로서는 처음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투자자로 유명한 러시아의 DST보다 한발 앞서 주주가 될 수 있었다. 알리바바 계열 자본도 투자하는 등 유명 벤처캐피털들이 잇따라 가세했다.

탕옌 모모 회장은 탄탄의 3년간의 실적이 놀랍다며 현재 경영진이 계속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B인베스트먼트가 탄탄 지분 일부를 지난해 매도한 것과 관련 박기호 벤처캐피털(VC) 부문 대표는 작년 8월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협조 차원에서 매각을 조금씩 진행해 신규 투자자들을 지원한 것”이라며 “또 LB 입장에서도 2회에 걸쳐 투자했으니 부분적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잔여 지분을 두고 지속적으로 탄탄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었다.

당시 박기호 대표는 “미국 데이팅 앱 틴더의 경우 조 단위 회사”라며 “탄탄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남은 지분에서 나오는 추가 수익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 기대가 실현된 것이다.

범(汎) LG가(家) 벤처캐피털인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07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2008년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PP스트림에 500만달러를 투자해 2013년 5배를 회수했고, 2012년 500만달러를 투자한 온라인방송 업체 6룸즈는 2015년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숭청옌이(宋城演藝)에 인수되며 4배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LB인베스트먼트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회장과 그의 장남인 구본천 대표이사(CEO)가 이끌고 있는 투자회사다. 남동규 대표가 사모펀드(PE) 부문을, 박기호 대표가 VC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긴 시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주재원의 임기를 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L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박순우 중국법인 대표는 ADL파트너스의 벤처캐피털리스트,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임원에 이어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게임업체 더나인 임원과 알리바바의 게임 엔터테인먼트 해외담당 임원을 역임한 중국통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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