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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해양보호수역 만들테니 빚 없애줘" 세이셸이라 가능한 '나랏빚 탕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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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크기' 보호구역 지정하고 유럽에 진 빚 237억원 없던일로

조선일보

'인도양의 낙원'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섬나라 세이셸이 절묘한 수로 나랏빚을 탕감받기로 했다.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천혜의 자연'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해양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하는 대신 빚을 탕감받기로 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세이셸은 전체 면적(455㎢)이 강화도의 1.5배, 인구 9만2000여 명의 작은 섬나라지만, 자원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 면적은 137만㎢에 달한다. 세이셸 정부는 이날 수도 빅토리아가 있는 마헤섬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다브라섬 주변에 해양 자연보호구역을 신설했다. 신설된 보호구역 면적은 20만8000㎢로 한반도 넓이에 육박한다. 보호구역에서는 흩어져 있는 물고기를 한곳에 모으는 어류 군집 장치를 활용한 어업, 석유 시추 등이 금지된다.

세이셸 정부는 대신 영국·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 등에 진 나랏빚 2200만달러(약 237억원)를 탕감받기로 했다. 가디언은 "돌고래·산호초·참치·거북이들을 나랏빚과 맞바꾼 참신한 재정 공학"이라고 했다.

'건국 이래 최대 거래'로 불리는 이 협상에 대해 디디에 도글리 세이셸 환경장관은 "세이셸의 어업·관광업을 위해서도 환경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반면 현지 어부는 "어업 제한 구역이 자꾸만 늘어난다"며 "집행도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세이셸에 이어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그레나다도 나랏빚 6000만달러 대신 환경 보호에 나서겠다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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