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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충 지을수록 돈 번다”…끊이지 않는 부실공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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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익 규모대비 처벌 약해

하도급 부조리 날림공사 조장

관리감독ㆍ품질검수 대충대충

후분양제ㆍ의무하자보수 해법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1. 경기도 고양시에 지난해 입주한 A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은 국민 신문고에 부실시공 민원을 독려하고 있다. 동일 브랜드 단지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입주민은 “입주 1년도 지나지 않아 생긴 균열을 보고 새집에 대한 환상은 깨졌다”고 했다.

#2. 구리시 갈매동에 들어선 B아파트 단지에선 겨우내 민원이 쏟아졌다. 실내 설치가 기본인 베란다 수도관 설계를 임의로 바꿔 외벽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측은 뒤늦게 수습을 약속했지만, 입주민 불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입주민은 “기초공사조차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라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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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영주택에 벌점과 3개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2차 특별점검을 예고했다. 업계와 소비자는 부실공사를 야기한 오랜 관행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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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영주택에 3개월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에 이어 2차 특별점검을 예고한 가운데 부실공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부영주택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목소리에 이어 선분양 제한과 기금 대출 제한이 골자인 ‘주택법 개정안’보다 강력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사비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등 부실공사가 수년간 반복됐지만, 처벌이 약해 건설사들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의조정과 청문절차를 거쳐 행정제재 수준을 줄일 수 있는 현 규정에서 나아가 건설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강제규정이 필요하다”며 “장기간 영업정지와 등록 말소 등 선(先)분양보다 강력한 처벌과 막대한 비용의 벌금을 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도급 부조리 관행도 부실을 키우는 구조적 병폐로 지목된다. 제한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견본주택에서 제시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차액을 우선하는 풍토도 여전하다. 실제 부영주택이 시공한 아파트도 경기도 내 평균 공사기간인 32개월에 못 미치는 24개월에 불과했다. 지방 사업장에선 공사비 절감 차원에서 재래식 공법을 강행해 지역주민의 집단반발도 있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어느 현장에서나 절대적인 공기와 비용이 보장돼야 하지만, 영세한 업체나 사업장일수록 비용 절감을 위해 기본적인 양생기간조차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산 절감에서 품질 강화로 업계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구멍 뚫린 제도적 감시망은 여전하다. 입주 전 이뤄지는 지자체의 품질검수는 구두 경고에 불과하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서다. 부실공사 포상금 제도는 관급공사에만 적용된다. 이마저도 경기도에선 공사관계자가 포상지급 대상에서 빠져 도입 이후 9년 동안 단 한번도 지급된 적이 없다.

일부 지역에선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주체에 관리감독 비용을 떠넘기는 사례도 많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리가 분리되지 않은 업계 특성상 종별로 분리 발주하면 비효율적으로 발생한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하게 된다”며 “결국 이는 공사비와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져 하자가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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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정률 80% 이후 분양을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안 논의가 부실공사의 낡은 실타래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임대주택에만 적용되는 하자보수 책임 의무화를 민간임대주택에 적용하는 법안도 업계의 관심사다.

심 교수는 “후분양제와 관리법 개정이 중소건설사에 비용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강제하기보다 인센티브 형식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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