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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밤낮없이 도는 프로펠러…소방헬기는 지금 산불과 사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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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에 연일 산불, 경기·강원 헬기 수시 출동

수리부품조차 못 구하는 노후헬기 수두룩…개선 시급

연합뉴스

산불 진화하는 소방헬기(PG)
[제작 이태호]



(전국종합=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이맘때가 가장 바쁘고 긴장되죠. 건조한 날씨에 나무도 말라서 담뱃불 하나로 산 전체가 타버리거든요. 요즘 산불 신고 한 번 들어오면 다들 '오늘도 날 새겠네' 해요"

건조한 날씨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소방헬기 프로펠러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산불 현장의 보루인 전국 소방헬기와 그 대원들은 전국을 넘나들며 불씨를 섬멸하기 위한 전쟁 같은 비행에 나서고 있다.

23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산·들불 491건이 발생, 임야 128만7천241㎡가 불탔다.

재산피해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화재로 수십 년 넘게 뿌리내린 나무 등이 하룻밤 새 잿더미로 변했다.

작은 불씨에 산 전체가 탈 뻔한 아찔한 화재도 있었지만, 소방헬기와 그 대원들의 목숨 건 활약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줄었다.

◇ 산불 현장마다 종횡무진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지난 11일 강원도 삼척 노곡·도계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축구장 164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117만㎡를 흔적도 없이 태울 만큼 산불 기세는 대단했다.

험한 지세에 강한 바람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했던 삼척 화마를 제압한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헬기와 그 대원들.

40대 넘게 투입된 헬기는 닷새간 밤낮없이 번지는 불씨와 사투를 벌여 산불을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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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산불 진화하는 헬기 [삼척시 제공=연합뉴스]



초대형 산불로 번질 뻔한 삼척 산불 진압에 제역할을 한 소방헬기는 섬에서 발생한 화재를 홀로 잡기도 했다.

전날 낮 12시 20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마을 복지회관 부근 산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주민 한 명이 숨지고 축구장 1개 넓이 임야가 소실됐다.

현장에는 의용소방대와 주민, 경찰, 해군 등이 투입됐으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마찬가지로 소방헬기였다.

소방당국은 섬 지역인 풍도에 펌프차 등 차량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헬기를 띄워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도서 지역은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워 불이 나면 헬기가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순식간에 많은 물을 쏟아내는 헬기는 화재 진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노후문제 심각…목숨 건 진화활동

화재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소방헬기는 1990년을 전후로 전국 소방본부에 도입돼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일부 소방본부는 최근 신형 헬기로 교체했으나 여전히 많은 지역은 30년이 다 된 낡은 프로펠러를 돌리고 있다.

노후 소방헬기는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물탱크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산불이 나도 산림청 헬기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때가 잦다.

무엇보다 오랜 연식으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제대로 수리를 하지 못해 탑승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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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생산한 전북 소방헬기[전북도 제공=연합뉴스]



전국에 배치된 소방헬기는 모두 28대.

중앙119구조본부에 4대가 있고 서울과 경기 각 3대, 부산·대구·인천·강원·전남·경북은 각 2대를 보유했다.

전북 등 나머지 7개 시·도는 각 1대씩 배치돼 화재와 구급 등 긴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건조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말부터는 경계도 없이 서로 전국을 넘나들며 산불과 들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전북 등 일부 지역 헬기는 이틀에 한 번꼴, 산불이 잦고 응급환자 수요가 많은 강원과 경기 등은 거의 매일 이·착륙을 반복한다.

소방당국은 연일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소방헬기 노후문제 해결과 장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면적 70% 가까이가 산악지형인 전북은 1993년 생산한 소형 소방헬기(BK117B2) 한 대를 운용 중이다.

노후화가 심한 데다 물탱크 용량도 675ℓ에 불과해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 헬기에 진화 임무를 넘겨주고 부상자 후송을 맡는다.

강원과 대구 등 최신형 소방헬기를 도입한 곳을 제외한 타 지역 사정도 비슷해 화재 현장에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보름 가까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논·밭두렁을 태우다 인근 임야로 번져 큰 산불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전북은 헬기 도입이 오래됐고 물탱크 등 장비가 열악해 환자 수송 등에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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