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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성추문’ 조민기·이윤택, 어떻게 괴물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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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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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왕’의 두 얼굴이었다. 배우 조민기와 연출가 이윤택은 대외적으로 널리 인정받은 예술인이었다. 모든 제자와 단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최근 불거진 성추행·성폭행 의혹 제기가 이를 말해준다. 하루에 하나 꼴로 터져 나오는 충격적인 폭로도 유사하다. 존경 받는 거장이었던 두 사람은 이제 추잡한 성범죄자로 몰리고 있다.

◇‘캠퍼스의 왕’&‘왕 같은 교주’

권력자. 두 사람에 대한 폭로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단어다. 조민기는 청주대 출신으로 2010년 모교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됐다. 청주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조민기는 교수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자 하는 직종에서 입지가 두터운 배우이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 사실을 당당하게 고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윤택도 마찬가지다. 극단 나비꿈 이승비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2005년 이윤택에게 당했던 성추행을 고발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윤택을 “연극계 왕”이라며 “이렇게 여러 명의 여배우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성추행 했다는 것을 안다. 아무도 그를 말리거나 그의 행동을 비판할 순 없었다. 극단에서 퇴출당한다”고 말했다.

폭로글의 사실이라면 두 사람의 성추행은 다년간 걸쳐 반복됐다. 피해자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피해자의 입을 잠근 셈이다.

◇조직적 방조의 아쉬움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조직적 방조가 있다. 상대방의 이름값이 가진 힘,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 등이 이유다. 이승비 대표는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다들 모른 척 했다고 지적했다. 고발한 대가는 컸다. 이 대표는 “국립극장에는 ‘술 마시고 공연을 펑크 낸 애’로 소문이 났다. 마녀사냥이었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과 익명 인터뷰로 이윤택의 성폭행 사실을 알린 배우 홍선주는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를 지목하며 김 대표가 이윤택의 조력자였다고 주장했다.

물론 소극적이지만 자구책을 찾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조민기 관련 폭로글에선 일관된 내용이 있다. 조민기가 특정 여학생을 늦은 밤 자신의 오피스텔로 호출하고 “자고 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주대 출신 남학생이란 네티즌은 “여학생 혼자 오피스텔에 두지 말 것, 여학생 호출시 남학생 필히 대동해서 갈 것, 남학생 그곳에서 술 취하지 말 것 등 (학생들 사이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과 없는 사과, 사태 키웠다

당사자가 사태를 키웠다는 점도 동일하다. 비난이 일자 사과는 했지만 그 안에 진정성은 없었다. 무엇이 잘못인지 깨닫지 못하는 태도에 대중은 더욱 분노했다.

조민기 성추행 의혹은 20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익명의 글에서 시작됐다. 이에 조민기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면서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피해자도 없이 떠도는 소문”이라고 했지만, 지난 12월 26일 청주대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사실이었다.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 격려 차원이었다”는 조민기의 인터뷰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청주대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법적으로 강경대응 하겠다’는 조민기 측의 글을 보니 어이가 없고 너무나 화가 난다”며 폭로에 나섰다.

이윤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윤택은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질의응답에선 “합의된 성관계였다”, “나쁜 죄인지 몰랐다” 식의 발언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뒤늦게 오동식 연희단거리패 상임연출가는 “기자회견 예상 질문 뽑아 답변 및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연습했다”고 폭로해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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