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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깨를 맡길 수 있는 이름…평창 빛낸 감동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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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따뜻한 리더십 화제

빙속 이승훈, 실력·책임감·헌신 두루 갖춰

쇼트 김아랑, 뒤에서 후배들 다독이고 받쳐

컬링 김은정, 냉철한 판단·명확한 지시 빛나

단일팀 머리 감독, 따뜻한 카리스마 돋보여



한겨레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결승이 열린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4위로 통과한 김아랑이 금메달을 딴 최민정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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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는 끈끈한 팀워크를 다진 리더들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였다. 오랜 시간 동안 부패한 정치 지도자, 무능한 직장 상사에게 지칠 대로 지친 우리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10대 동생들을 이끌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은메달을 일군 이승훈(30)은 뛰어난 실력과 책임감, 희생정신을 두루 갖춘 리더의 전형을 보여줬다. 개인 성적에 욕심을 냈다면 메달이 유력한 종목에만 집중할 수도 있었지만, 이승훈은 다 같이 가는 길을 선택했다. 한국 빙속 장거리의 간판이란 책임감으로 5000m와 1만m 모두 출전해 5위와 4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고, 팀추월에서도 모든 경기의 절반 이상을 체력 소모가 큰 선두로 이끌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이를 악물고 끝내 역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19살 김민석, 17살 정재원도 자연스레 사력을 다했다. 결승전 패배가 아쉬울 법도 하지만 이승훈은 “노르웨이가 워낙 잘탔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를 칭찬하고, “동생들이 너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줘 고맙고, 앞으로 저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후배를 응원했다. 이승훈의 헌신과 책임감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실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타고난 성실함으로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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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팀추월 대표팀 이승훈(오른쪽부터)과 정재원, 김민석이 21일 밤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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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이 앞에서 끌어주는 리더라면,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김아랑(23)은 반대로 뒤에서 받쳐주는 리더십으로 올림픽 스타가 됐다. 김아랑 스스로는 에이스가 아니지만 심석희(21), 최민정(20)이란 걸출한 에이스가 경기에 전념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팀을 이끌고 있다. 올림픽 개막 직전 심석희가 코치의 구타로 선수단을 이탈했다 복귀하는 시련을 겪을 때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며 상처를 보듬었고, 최민정이 여자 500m 결승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을 때도 가장 먼저 위로했다. 1500m 결승에서 자신은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금메달을 딴 최민정을 가장 먼저 축하해주고, “다 함께 시상대에 오르고 싶어 가장 욕심냈다”던 여자 계주 3000m에서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을 때 펑펑 우는 모습은 팬들의 가슴까지 적셨다.

이번 올림픽 최고 스타가 된 컬링 여자 대표팀의 주장 김은정(28·스킵)은 모두가 꿈꾸는 리더의 모습이다. 경기가 진행될 때는 무표정한 얼굴로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팀원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린다. 김은정의 지휘 아래 한국 대표팀은 세계 1위 캐나다를 비롯해 강팀들을 줄줄이 꺾으며 국외에서도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경기장 밖에서는 영락없는 친구, 자매처럼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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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 머리 총감독(뒷줄 왼쪽)이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갑작스럽게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세라 머리(30) 감독의 따뜻한 카리스마도 화제다. 머리 감독은 갑작스레 단일팀이 구성됐지만, 남북 선수를 빠르게 하나의 팀으로 융합했다. 남북한 선수 모두 분명한 원칙 아래 차별 없이 대해 논란의 여지를 차단했고,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력과 전술에 따라 정수현 등 북한 에이스를 십분 활용했다. 또 남한 선수의 개인사물함 사이사이에 북한 선수의 사물함을 배정해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하는 등 작은 부분도 섬세하게 챙겼다. 북한 박철호 코치의 능력과 권한도 인정하면서 코치진 간 통합도 이뤄냈다. 단일팀이 구성될 때는 “단일팀에 대한 모든 전권을 갖겠다”며 단호한 카리스마도 보였다. 결국 단일팀은 전패로 끝났음에도 이번 올림픽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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