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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초등교 입학 부모 10시 출근? 무작정 발표부터 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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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면 입학식인데…

시행 고시도 없고 기업은 “모른다”

기대하던 워킹맘들 발만 동동
한국일보

초등입학기 돌봄공백 해소 대책을 설명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홍보이미지. 저출산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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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출근 얘기를 꺼내자 회사는 ‘모르는 일’이라 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나 관련기관에 전화하니 회사 인사팀에 물어보라고 하네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유진영(38ㆍ가명)씨는 지난 7일 ‘올해부터 초교 1학년 입학생 자녀를 둔 중소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10시 출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반가움에 절로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씨는 입학식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2일까지도 제도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듣지 못해 고민 중이다. “입학이 코앞인데 10시 출근을 정말 할 수는 있는 걸까요?”

지난 7일 저출산위와 관계부처가 함께 발표한 ‘초등입학기 돌봄공백해소대책’은 워킹맘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초등돌봄교실 이용이 필요한 학생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은 물론, 등하교 걱정을 덜기 위해 자녀 입학을 앞둔 근로자의 10시 출근(시차출퇴근제) 및 근로시간단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정부가 “오는 3월에 당장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명시해 학부모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입학 아동이 있어도 안심 출근하게 하겠다’는 발표와 달리 관계부처의 준비 수준은 미흡하다. 정부는 제도를 활성화할 대책으로 ‘입학기 자녀 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1시간만 단축해도 사업주에게 월 최대 44만원을 1년간 지급하겠다’는 일ㆍ가정양립환경개선지원사업 변경안을 제시했는데 시행을 담보할 고시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28일까지는 고용안정장려금 고시를 개정해 3월부터 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단 사내에서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지원금은 나중에 신청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킹맘들에겐 당장 입학 첫 달인 3월을 버티는 게 급한 터라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가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로 확산 방안을 내놓은 것이 ‘기업참여 캠페인’ 등 홍보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킹맘 송수연(35)씨는 “제도가 있다는 걸 몰라서 못 쓰는게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 못 쓰는 것”이라며 “정부가 3월 입학기에 돌봄을 지원한다고 콕 집어 발표하기에 특별한 대책이 있는 줄 알았는데 실상 달라진 게 없어 굳이 왜 발표했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ㆍ가정양립문화 확산을 목표로 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없이 덜컥 발표부터 한다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혜자 입장에서 고민을 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따르는 대책을 내놓아야 정책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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