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메드베데바·자기토바 모두 키워…
2년간 세계 평정한 투트베리제, 오늘 제자들 맞대결에 마음 졸여
지난달 유럽 피겨 선수권에서 우승한 자기토바(오른쪽), 2위 메드베데바(왼쪽)와 포즈를 취한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가운데). /투트베리제 인스타그램 |
"딸 둘을 둔 엄마가 마음에 드는 사윗감에게 두 딸 중 누구를 시집보낼지 고민하는 심정이 이럴까요."
러시아의 예테리 투트베리제(44) 코치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23일 평창 동계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치러질 '여제(女帝) 대관식'을 앞두고, 단 한 명의 주인공이 선택되는 순간을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여왕'으로 군림해온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와 '신성'으로 급부상한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의 스승이다. 개인 코치로서 두 선수를 거느리고 지난 2년 동안 세계 무대를 평정한 여걸이다. 그런 투트베리제 코치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선 것이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에게 각각 무슨 조언을 할 것인지가 그의 고민이라고 한다.
지난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선 메드베데바가 2위, 자기토바가 1위를 차지했다. 메드베데바가 81.61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지 불과 20분 만에 자기토바가 82.92점으로 기록을 갈아치우자, 투트베리제 코치는 기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제자의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는 결전의 날, 프리 스케이팅을 하루 앞두고 투트베리제 코치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는 오랜 친구이자 선후배로, 서로 우정을 나누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이"라며 "누가 우승한다 해도 다른 한 사람이 웃으며 축하해줄 것"이라고 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두 선수 모두 어려서부터 지도했기 때문에 그들의 성격을 잘 안다"며 "둘 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얼마나 완벽한 경기를 하느냐가 우승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가 고난도 점프로 지나친 경쟁을 벌이지만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며 "두 선수가 연기하는 동안 나는 줄곧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릉=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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