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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몇달째 “세입자 구함”… 고개떨군 전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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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금 3년8개월만에 하락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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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 1차 아파트 인근 양지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전용면적 133m²형 한 채가 보증금 10억5000만 원에 전세로 나와 있었다. 이 아파트의 2년 전 전세금은 12억 원이었다. 당시보다 1억5000만 원 싸게 내놓았지만 몇 달째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공인중개소의 이덕원 대표는 “세입자들이 주변 신도시 새 아파트를 사서 나가면서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강남 전세금이 약세를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3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전세금은 한 주 전보다 0.02% 떨어졌다. 서울 전세금이 하락한 건 2014년 6월 첫째 주 이후 처음이다. 서울 25개 구 중 서초(―0.21%), 송파(―0.14%), 강남구(―0.13%) 등 강남 3구의 전세금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동작(―0.11%), 강동(―0.08%), 노원구(―0.03%)도 내림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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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은 강남 3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인근 위례신도시(경기 성남시)의 입주 물량이 늘면서 해당 지역의 전세 수요가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송파구 잠실골드공인중개사사무소의 문혜영 대표는 “위례신도시가 입주하기 전엔 이 일대에서 전세 매물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전세를 내놔도 오랫동안 세입자를 못 구해 보증금을 2000만∼3000만 원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노원구 전세금 약세는 갈매신도시(경기 구리시), 다산신도시(남양주시) 등의 신규 입주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순유출 인구(총 전출자―총 전입자)는 9만8000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이 중 81%가 주택 관련 문제로 서울을 떠났다.

강남에 노후 아파트가 많은 점도 전세 수요가 줄어든 원인이다. 서초구 서초동 N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반포 2차(1978년 입주)에서 전세를 살던 젊은 사람들이 경기 안양시, 위례신도시 등의 새집을 사서 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곳 전용면적 68m²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해 말 4억5000만 원에서 최근 3억4000만 원까지 내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집값이 단기 급등하자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놓는 이른바 ‘갭투자 추격매수’가 늘어난 점도 전세금 안정의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에선 당분간 전세금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완공 예정인 전국의 새 아파트는 44만 채로 1997년 이후 21년 만의 최대 규모다. 3∼5월에만 9만3358채가 입주를 시작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6000채)보다 40% 이상 많다. 이 중 서울 등 수도권에서 완공되는 아파트는 3만6452채로 지난해의 두 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주민 이주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연말에 완공되는 송파 헬리오시티(9510채) 같은 대규모 단지나 경기지역 신도시로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R&C 소장은 “지금처럼 전세금이 계속 떨어지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세입자가 나갈 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jaj@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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