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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쉬움 크지만,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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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쇼트트랙 女1000m-男계주 노메달

동아일보

최민정(왼쪽)과 심석희(왼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 마지막 바퀴에서 서로 부딪친 뒤 미끄러지고 있다. 3관왕을 노렸던 최민정은 4위로 마쳤고 심석희는 실격당했다. 강릉=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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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불운의 날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가장 믿었던 주력 종목이었던 여자 1000m에서 한국의 에이스 선수들끼리 충돌해 넘어지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 종목에서 한국이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94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처음이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여자 1000m에는 간판스타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가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결선에서는 최민정과 심석희 외에 킴 부탱(캐나다),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이 대결을 벌였다.

준결선 기록 순에 따라 부탱이 가장 유리한 인코스 쪽에서 출발했고 최민정과 심석희는 5명의 선수 중 가장 바깥쪽인 아웃코스 4번과 5번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했다. 충돌은 9바퀴를 도는 경기 중 마지막 바퀴를 돌던 중 일어났다. 심석희가 3위, 최민정이 4위를 달리고 있었다. 심석희와 최민정이 동시에 치고 나가려다 두 선수가 얽히며 함께 넘어졌다. 우승 후보였던 두 선수가 처지면서 스휠팅이 1분29초778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부탱(1분29초956), 3위는 폰타나(1분30초656)가 차지했다.

두 선수의 막판 스퍼트 작전과 시점이 겹치면서 일어난 충돌이었다. 어차피 마지막 바퀴였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었다. 쉽게 인코스를 파고들지 못하던 상황에서 최민정과 심석희가 각각 속도를 내며 아웃코스로 빠져나오려는 순간 안쪽에서 나오려던 심석희와, 심석희를 추월해 치고 나가려던 최민정이 서로 부딪쳤다. 대표팀 관계자는 “심석희가 앞선 폰타나를 추월하려다 부딪혀 밀렸고 그 과정에서 최민정과 부딪쳤다. 폰타나와 충돌한 부분을 임피딩 반칙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심석희는 “레이스의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났고 그러면서 넘어졌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작전 부재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작전의 부재라는 평가는 좀 아닌 것 같다. 쇼트트랙은 개인 종목이다. 더구나 올림픽이고, 결선은 선수 개개인의 전략이 있는 거고, 100% 자기 전략대로 한다. 특히 1000m는 변칙이 많은 경기다. 아쉽기는 한데 (미리 짜인 작전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최민정과 심석희는 이전 경기부터 집중 견제 대상이었고 어렵게 결선에 진출하면서 가장 좋은 인코스 출발지점을 차지하지 못했다. 더구나 결선에 올라온 폰타나 등은 매우 노련한 선수들이고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경기 후반까지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노련한 폰타나의 견제를 뚫지 못한 것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김도겸(25)-곽윤기(29)-임효준(22)-서이라(26)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 결선에서 4개 팀 가운데 최하위(6분42초118)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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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왼쪽)이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선에서 코너를 돌다 넘어지고 있다. 불운이 따른 한국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강릉=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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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임효준의 실수가 뼈아팠다. 23바퀴를 앞두고 선두로 치고 나온 임효준은 서이라에게 바통 터치를 하기 직전 코너 부근에서 미끄러지면서 강하게 펜스에 부딪히고 말았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곽윤기가 터치를 한 뒤 곧바로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이미 앞을 향해 달리던 중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곽윤기는 임효준에게 달려와 터치를 하고 추격을 시작했지만 이미 한 바퀴 가까이 벌어진 간격을 좁히긴 역부족이었다. 임효준은 이전 경기에서 어깨를 다친 듯 보였지만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본인 의사에 따라 출전했다. 황대헌은 팔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하지 못했다. 헝가리가 1위, 중국이 2위, 캐나다가 3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은 부상 방지를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길을 내주고 천천히 골인했다. 4위가 확정된 뒤 임효준은 고개를 숙인 채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러나 관중석에서는 이들을 격려하는 박수가 이어졌다. 금메달은 따지 못했어도 선수들은 쇼트트랙에서 금 3, 은 1, 동메달 2개를 추가하며 쇼트트랙 최강국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강릉=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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