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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뜨거웠던 '정선 스키 전쟁', 본에 판정승 거둔 시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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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린지 본(오른쪽)이 22일 오후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회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미케일라 시프린과 포옹을 하고 있다. [평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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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본(34)과 미케일라 시프린(23·이상 미국).

강원도 정선이 '스키 여제'와 '스키 요정'의 맞대결로 후끈 달아올랐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두 선수의 맞대결. 올림픽 무대에선 마지막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전 세계 스키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22일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에서 두 선수는 맞섰다. 그러나 승부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시프린은 은메달을 딴 반면 본은 어이없는 실수로 실격당했다.

속도 계통 종목인 활강과 기술 계통 종목인 회전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알파인 복합에서 시프린은 합계 2분21초87로 은메달을 땄다. 반면 본은 활강에서 1위에 오르고도 회전에서 실격됐다. 대회전에서 금메달 한 개를 땄던 시프린은 자신의 올림픽 경력에 은메달을 추가한 반면, 전날 활강에서 동메달 한 개를 땄던 본은 더이상 메달을 따지 못하고 평창올림픽을 접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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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에 출전한 미국 미카엘라 시프린이 오후 회전경기에서 은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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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맞대결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두 선수의 경기 스타일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시프린이 기술 부문의 1인자라면 본은 스피드의 최강자다.

월드컵 통산 여자 최다우승 기록(81승)을 보유한 본은 활강에서만 42차례나 우승했다. 반대로 시프린은 월드컵에서 41차례 우승을 거둔 가운데 30차례나 회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러다 시프린이 지난해 12월 캐나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열린 월드컵 활강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면서 본과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당시 본은 12위로 부진했다.

두 선수는 당초 평창올림픽에서 세 차례 맞대결할 예정이었다. 시프린이 활강과 수퍼대회전, 알파인 복합에 출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풍 탓에 경기 일정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시프린은 주종목인 회전·대회전에 집중하기 위해 활강과 수퍼대회전 출전을 포기했다. 대회 막판 힘겹게 성사된 둘의 맞대결은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USA투데이는 21일 "마치 농구의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이 겨루는 것과 같은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타이거 쇼 미국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은 "스키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두 선수의 대결에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평소 시프린과 본은 서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에서 열린 첫 대결에선 경기 내내 냉랭했다. 경쟁자로 다투다보니 서로 얼굴조차 마주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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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린지 본이 22일 오후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복합 회전 경기에서 완주하지 못한채 결승선을 통과한 후 동료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평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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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열린 활강에선 본이 활짝 웃었다. 전날 활강 동메달을 땄던 본은 32명의 참가자 중 가장 빠른 기록(1분39초37)으로 골인했다. 반면 지난 16일 회전 종목에 나선 뒤 6일 만에 경기에 나선 시프린은 6위(1분41초35)에 그쳤다.

그러나 오후에 열린 회전에선 시프린이 웃었다. 시프린은 40초52로 합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맨 마지막 주자로 나선 본은 레이스를 앞두고 눈을 감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도널드 킬도)를 떠올리는 듯했다.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금메달을 따겠다던 그는 힘차게 스타트 라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스키 여제'는 회전 종목이 익숙하지 않았다. 슬로프에 촘촘하게 설치된 기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본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처음으로 온종일 회전 연습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실전에 강하다. 아마도 기적을 이뤄낼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회전 경기를 펼치다 실격되자 쓴웃음을 지으며 슬로프를 내려왔다.

이날 금메달은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미셸 지생(스위스·2분20초90)이 땄다. 그러나 취재진과 관중의 관심은 온통 시프린과 본에게 쏠렸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다시 친한 언니와 동생으로 돌아가 서로를 꼭 껴안았다. 본은 "시상대에 꼭 서고 싶어서 공격적으로 스키를 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인생"이라면서 "많은 부상을 이겨낸 자체가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차례나 경기 일정이 바뀌는 어려움 속에도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한 개, 은메달 한 개를 획득한 시프린은 "전날 본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딴 걸 보고 동기 부여가 됐다. 본처럼 30대의 나이까지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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