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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복심 이방카, 남북 관계 '봄바람' 힘 보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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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번엔 만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왼쪽 사진)의 23일 방한을 앞두고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의사를 밝힌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접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의하면 22일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 사진)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파견 의사를 밝혔다.

대표단은 단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됐으며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복심'과 北군부 '핵심' 만남 촉각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인 이방카 선임고문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 여부가 주목되는 것은 두 사람이 자국 내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어 회동 자체가 북미 대화에 물꼬를 트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방카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행정부의 핵심 실세다. 당선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 소유 기업에서 중책을 맡아 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역시 백악관에서 선임고문이란 중책을 맡아 장인을 보좌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의 배후로 지목돼온 북한 내 대표적인 '강경파'다. 미국 소니엔터테인먼트사 해킹 사건의 배후로도 추측되어온 인물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직후인 2012년부터 북한군 대장으로 진급해 군부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고, 1990년 남북 고위급 회담과 2014년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북측 대표를 맡으면서 대남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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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7일 새벽 당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앞줄 오른쪽)과 김영철 정찰총국장(빨간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목선을 탄 채 인천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한차례 북·미 접촉이 불발된 점도 양측의 만남에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다.

지난 10일 예정됐던 '백두혈통 2인자'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비밀 회동은 북측의 취소로 무위에 그쳤다.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탈북자 면담 등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했으나 이미 지난달 말부터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통해 미국과 회동을 원해왔다고 알려진 만큼 대화를 '완전히' 거부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미 측이 방한 기간 북한 인사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펜스 부통령 역시 김 제1부부장과 접촉을 극히 꺼렸으면서도 물밑으로는 비밀 접촉을 추진한 전례를 보면 이 역시 '협상 신경전'의 일부분일 가능성도 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이방카 선임고문은 방한 일정 대부분을 미 선수와 만남이나 경기 관람 등에 할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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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 때 방남한 김영철(왼쪽). 오른쪽은 당시 한민구 남측 대표. 판문점=연합뉴스


◆북·미 대화 실제로 이뤄질까···현실은 첩첩산중

북·미 접촉의 걸림돌도 적잖다. 먼저 최근 불거지는 한·미 간 통상 갈등이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안보와 경제를 철저하게 구분해 접근하고 있으나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보여줄 성과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퀴니피액대가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37%의 국정 지지율을 얻는 등 점점 냉각되는 국내 여론을 환기할 카드로 통상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측이 통상과 대북 압박 카드를 동시 꺼내면 마땅히 대응할 대책이 없는 상황도 우리가 적극 나설 수 없게 하는 요소다.

이방카 선임고문이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강력한 대북 압박'까지 담긴다면 우리 정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지금은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대화 자체보다 어떤 내용으로 대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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