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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종합]"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관계 무죄 판결…70년만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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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긴급 기자회견 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검찰에 기소됐다가 전역하며 민간법원서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추행죄 제정 이래 '합의' 인정받아 무죄는 처음"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로 활용돼온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육군 장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2일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원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이날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현역 육군 장교로 복무하던 지난해 6월 다른 부대 장교 1명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군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같은 달 만기 전역하면서 사건이 민간 법원으로 이첩됐다.

현행 군형법 제92조6항에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에 대해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이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재판부는 "해당 법률이 상대방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항문성교 등 성적 만족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래 입법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 정도를 일탈한다"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성적 만족 행위가 당사자들간 합의에 의해 은밀하게 행해져 타인의 혐오감을 직접 야기하지 않는 경우 군기 등에 직접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해당 법률의 보호법익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상대방 군인에게 위계, 위력 등을 이용해 의사에 반한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법률조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1948년 국방경비대법과 해안경비대법에 추행죄가 제정된 이래 동성 군인간 합의에 따른 성관계라는 점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4월 육군이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지시에 따라 전국 부대 곳곳에서 동성애자 군인 색출 작업에 나섰으며, 수사 과정에서 온갖 반인권적 기법이 동원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센터에 따르면 색출 사건으로 인해 수사를 받은 성소수자 군인은 22명이다. 이날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씨를 제외하고 총 7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중 3명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은 악법이 어떻게 차별과 혐오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며 "센터는 항소심 지원도 이어가며 피해자들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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