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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스마트폰이 청소년에게 해로운지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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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과학잡지 ‘네이처’ 청소년 특집서

미국 교수 10여년간 연구결과 리뷰

“디지털 기기 신세대에게 이득 줘

현실 삶에서 어려움 겪는 청소년이

온라인에서도 부정적 경험 많이 해

불평등 악화라는 새 정보격차로 봐야”



과학저널 <네이처>는 21일(현지시각) 스마트폰이 다음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에게 해로운지, 이로운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청소년 특집’을 실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캔디스 오저스 심리학 및 사회행동학과 교수는 청소년층의 스마트폰 영향 연구들에 대한 리뷰 분석에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디지털 기기가 차세대의 타락을 촉진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지지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신세대에게 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온라인에서도 부정적 경험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저스는 “좀더 많은 좋은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우선 디지털 기기가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11~19살의 청소년 대부분이 디지털 시대에 잘 살고 있다고 봤다. 2016년 고교 졸업률이 84%로 최고기록을 세웠으며 청소년의 임신, 폭력, 술과 담배 소비는 20년 동안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노스캐롤라이나 공립학교에 다니는 21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연구에서 11살 어린이의 48%, 14살 청소년의 85%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에서 미국의 13~18살 청소년은 하루 6.5시간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기기 등 스크린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쓰고 있는데, 절반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다.

디지털 기술 사용의 증가는 청소년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편입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길어지게 하고 있다. 1960년대 이래 청소년은 결혼이나 출산, 상근 일자리 취직 같은 사회적 역할 전환이 늦춰지고 있다. 또 우울증 경험이 있는 12~17살 여자 청소년의 비율이 2014년 17.3%로, 10년 전에 비해 4%포인트가 늘어났으며, 남자 청소년의 경우도 5.7%로 1.2% 포인트가 늘어나는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1999년 이래 미국 자살률은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는데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여자 청소년이다. 비슷한 경향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오저스는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연구는 온라인 시대가 젊은이들에게 실제로 이득을 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보고된 36개의 연구 논문들은 청소년들이 디지털 소통을 활용해 서로 친밀감을 나누고 애정을 표현하며 만남과 활동을 조직하면서 더 많은 관계망을 형성해왔음을 보여준다. 2009년에 발표된 1300명 대상의 연구에서는 사회적 관계가 좋은 6~12살의 어린이들은 12~18살 청소년 때 더 많은 이메일과 메신저, 채팅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청소년기에 현실 속(오프라인) 친구와 더 끈끈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데이터들은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매우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오저스는 지적했다. 가계 수입이 3만5천달러 이하 가정의 13~18살 미국 청소년들은 하루 텔레비전이나 온라인 비디오를 보는 데 4시간을 쓰는 반면 가계 수입이 10만달러 이상인 가정의 청소년은 절반밖에 쓰지 않는다.

2014년 유럽 7개국의 9~16살의 어린이와 청소년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유한 가정일수록 부모가 그들 자녀의 온라인 활동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저스는 “아마도 (부모가)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를 보는 안전한 방법을 알려주고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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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저스는 “통상 현실(오프라인)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스마트폰이나 다른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서도 부정적 측면을 경험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앞에 언급한 2015년 노스캐롤라이나 조사에서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은 고소득층 가정 청소년에 비해 소셜미디어 상의 경험이 오프라인에서 몸싸움이나 말다툼, 학교생활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남을 괴롭힌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갈취당하기 쉽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폭력 성향을 보이는 등 행동장애가 있는 청소년은 디지털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한 날 더 많은 문제를 겪는 경향이 있었다.

오저스는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다른 연구들은 오프라인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부정적 경험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회경제적으로 이미 취약한 청소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받기 쉽고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기 어려우며 주체적으로 온라인 활동에 참여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온라인 활동을 수동적으로 들여다 보는 ‘눈팅’(lurking)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쉽다.

오저스는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는 원래 신기술 접근의 어려움을 뜻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개념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2015년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10~15살 청소년 92%가 인터넷에 접근하고 있고 65%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데, 형편이 좋은 또래 청소년의 비율(각각 95%와 69%)과 별 차이가 없다. 온라인 경험에서의 격차가 (사회경제적으로 이미) 취약한 청소년에게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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