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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반성 없던 10대 데이트 폭력범…형사 처벌 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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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과 큰 돈 주고 합의"…주요 폭행 혐의 공소 기각

연합뉴스

데이트폭력(CG)
[연합뉴스TV 제공]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한 고등학교에 함께 다니던 A(19)군과 B(18)양은 서로 호감을 느끼고 2016년 4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사귄 지 5개월가량 지났을까, A군은 꼬투리를 잡으며 여자친구에게 상습적으로 손찌검했다.

학교 복도·영화관·카페·식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바닥으로 뺨을 수차례 때리거나 발로 허벅지를 걷어찼다.

때리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굽이 4㎝인 높은 구두를 신었다거나 과자를 쏟았다며 욕설하고 폭행했다.

몸이 아파 보이는 남자친구에게 "집에서 쉬라"고 말했다가 "나랑 있기 싫으냐"며 머리를 얻어맞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A군 집에 함께 있다가 성관계를 하자는 요구를 거절하자 "안 할 거면 왜 왔느냐"며 얼굴을 맞았다.

학교에서 다른 남학생과 대화만 해도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며 추궁했고 추궁의 끝은 항상 손찌검이었다.

수학여행을 가서 다른 남학생들과 어울렸다며 담뱃불로 B양 왼쪽 다리를 지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B양은 남자친구에게 반복해서 폭행을 당하고도 "내가 미안하다. 헤어지지 말아달라"며 지난해 3월까지 11개월간 사귀었다.

결국, 상습적인 데이트폭력으로 A군은 재판에 넘겨졌다. 적용된 죄명은 폭행·협박·상해·공갈·재물손괴 등 모두 5가지였다.

A군 부모와 친구들은 선처를 바란다며 수차례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으나 정작 그는 반성문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임정윤 판사는 상해 및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군을 인천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고 22일 밝혔다.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합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폭행 및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폭행죄와 협박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임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데이트폭력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폭력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향후 같은 범행을 다시 저지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합의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채택했으나 이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증언을 거부했다"며 "피고인 측이 큰돈을 지급하고 피해자 측과 합의한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폭행 및 협박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심리한 결과, 피고인은 소년법상 소년으로서 보호처분을 받을 사유가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자와 위탁보호위원 위탁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의 처분을 받게 된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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