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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연쇄 이민’ 없앤다더니…트럼프 장인·장모 미국 영주권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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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워싱턴 포스트’ “조만간 시민권도 얻을듯”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딸 따라서 미국으로 와

트럼프가 “고장난 시스템”이라며 폐지 예고한

연쇄이민 이용해 영주권 취득 가능성 커 논란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인과 장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인·장모가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을 취득한 외국 출신자가 가족을 데려오는 ‘연쇄 이민’(chain immigration)이 큰 문제라며 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는데, 정작 그의 장인·장모는 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멜라니아 트럼프의 부모로 슬로베니아에 살던 빅토르와 아말리자 크나브스가 영주권을 얻어 미국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1일 보도했다. 멜라니아 가족을 대리하는 뉴욕의 이민 변호사 마이클 윌데스는 이들이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했다면서도 취득 시점과 근거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린카드로도 불리는 영주권 취득자는 5년이 지나면 시민권 신청 자격을 얻는다. 이 신문은 멜라니아의 가족과 가까운 인사를 인용해, 그 부모가 조만간 시민권 신청 자격을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인·장모의 영주권 취득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쇄 이민’을 무분별한 이민 유입 수단으로 지목하고 폐지하겠다고 해 왔기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민·난민 차단을 강하게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난민 임시 보호 지위도 잇따라 폐지하면서 대규모 추방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연쇄 이민’이 미국의 안보와 삶의 질을 위협한다며, 미국에 먼저 정착한 시민권자가 데려올 수 있는 고국의 가족을 배우자와 아이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연쇄 이민’은 “고장난 시스템”이라고 비난했다.

뉴욕의 이민 전문 로펌 변호사인 매튜 콜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인·장모가 ‘연쇄 이민’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영주권 취득 방식은 크게 봐서 가족 또는 고용주의 보증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각각 73살과 71살로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장인·장모가 미국에서 고용주가 영주권 보증을 해주는 곳에 취업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인은 슬로베니아에서 운전기사와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일했고, 장모는 의류 공장에서 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인·장모는 미국에서 딸 부부와 함께 살기도 하고 따로 살기도 했다. 2007년 말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주소로 썼다. 멜라니아의 언니도 뉴욕 파크애비뉴에서 트럼프가 소유한 빌딩의 아파트에 주소를 두고 있다.

멜라니아의 미국 영주권 취득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모델로 활동하던 멜라니아는 1996년 방문비자를 받아 미국에 왔다. 그는 2000년에 모델로서의 “특별한 재능”을 이유로 영주권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주권 취득 자격의 하나인 “특별한 재능”은 노벨상 수상 경력 등으로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에나 인정된다고 한다. 영주권을 취득한 2001년 당시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사이였고, 둘이 결혼한 이듬해인 2006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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