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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장은 거대한 로봇"…獨·美·日 제조혁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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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최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를 통한 산업의 질적 변화라는 추상적 개념은 전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이미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산업계는 당장은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에 환호하지만 일자리 감소, 그리고 궁극적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빅브라더' 출현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에 4차산업혁명, 그리고 AI를 화두로 국내 산업현장에 나타난 변화양상을 짚어보고 빅브라더 등장에 따른 역효과를 최소화할 대안을 모색해 본다.

[AI, 반도체와 인간을 삼킨다]④-1 스마트공장, 데이터 분석해 생산효율성 증대

공장은 이제 거대한 인공지능체(AI)로 발전하고 있다. 사실상 지능화된 설비가 로봇처럼 인간에게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최근 찾은 울산 SK종합화학 아로마틱 공장의 왕복 압축기엔 여러 센서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압축기의 진동수와 온도를 실시간으로 수집했다. 전엔 사람이 하나씩 붙어 일일이 시간대별로 점검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센서 하나가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이른바 '머신러닝'으로 불린다. 방대한 분량의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압축기의 센서는 기계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예전의 사고사례를 학습하고 있었다. 이런 반복 학습은 압축기 이상으로 인한 공정의 사고를 미리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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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아로마틱(방향족) 플랜트 NRC(제3방향족 제조시설) 왕복압축기에 적용된 센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센서에서 얻어진 정보를 압축기 직원들이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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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종합화학 관계자는 "과거엔 일부 사고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재산적 피해가 났지만 이젠 (사고가) 확연히 줄었다"며 "실시간으로 압축기 이상을 확인하고 사전에 대응할 체계가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종합화학의 이 같은 시도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공장 설비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머신러닝 등의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한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의 한 단면이다.

스마트 팩토리로 불리는 지능형 공장은 ICT 융합의 산물이다. 제품의 설계부터 유통 및 판매에 이르는 공정 전체 과정에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복합된다.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데서 출발해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면 생산성과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다.

박장환 한경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장자동화에서 더 나아가 공장 스스로 최적화나 생산 계획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스마트공장의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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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국 일본 중국의 4차대전…'스마트공장' 전쟁 =스마트공장은 제조 선진국 사이에서 혁신의 핵심요소가 됐다. 생산 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그로부터 아낀 비용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또 다른 혁신을 이룰 수 있어서다.

선진국에선 △인구 고령화 △비용절감 압박 등의 전통제조업이 직면한 한계를 돌파하려는 방안이다. 스마트공장 도입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전통적 제조 강국이 확산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2011년 제조업에 IT(정보기술)를 결합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내놨다. 2015년엔 스마트 공장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기술협의체인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했다. 지멘스(종합 자동화 솔루션), 보쉬(자동차 부품) 등 대기업과 FESTO(유압부품) 등 중소기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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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암베르그에 위치한 지멘스의 스마트 공장은 모든 공정을 정밀 추적해 하루에 수집되는 5000만건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조 공정마다 필요한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다./사진제공=지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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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부품 '시스템 컨트롤러'를 만드는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이 대표적이다. 이 공장은 하루에 수집되는 약 5000만건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조 공정마다 필요한 작업 지시를 내리는 지능형 공장이다. 전체 공정의 75% 이상이 자동으로 운영되는데 불량률(0.001%)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미국은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제품진단 소프트웨어와 분석솔루션을 결합해 설비 운영체계를 최적화하는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이 스마트공장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앞선 업체는 GE다. GE는 2012년 산업 인터넷이란 개념을 처음 제시하고 2014년 인텔, 시스코 등과 함께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IIC)'을 조직했다. GE는 기존 기계나 공장에 IoT를 접목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즉각적인 생산성 개선을 이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GE는 과거처럼 비행기 엔진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엔진을 리스를 해주고 산업 인터넷을 통해 유지보수 관리 서비스를 하는 데서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 엔진에 부착된 센서로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한다. GE는 에너지사업과 플랜트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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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GE이 산업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파워 플랜트 개념도./사진제공=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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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15년 전기, 로봇, 기계 분야의 대기업과 관련 부품 기업들이 IVI(Industry Value Chain Initiative) 등 관련 협의체를 구성했다. 토요타와 파나소닉 등이 주요 참여사다. 중국도 '중국 제조 2020' 등 ICT 결합을 통한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형 전략은…정부·대기업 투트랙=우리나라의 스마트공장 확산은 정부와 대기업이 각자 주도하는 투트랙(two-track)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2015년 6월 설립된 민관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을 통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돕고 있다. 2020년까지 1만2000개, 2022년까진 2만개의 스마트 제조시설을 보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제조혁신 비전 2025'를 지난해 4월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자립적으로 제조 시설 지능화를 이루고 있다. 포스코와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국내외 철강업체 중 처음으로 지난해 1월 광양제철소 공장에 AI(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자동화 기술을 도입했다.

포스코는 GE와 손잡고 제철설비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 플러스(PosFrame+)'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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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2014년 창원 본사에 '발전소 원격 관리 서비스 센터(RMSC)'를 개설한 데 이어 같은 해 서울 사무소에 '소프트웨어 센터'를 열었다. 이 두 곳은 발전소 운영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토대로 발전소 이용률과 효율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은경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조사팀 입법조사관은 "스마트공장을 통한 제조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선 생산자동화를 넘어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이 중요하다"면서 "스마트공장 기반에 투자하는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 제조혁신을 위한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울산=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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