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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새 아파트인데…8백 세대 수도관 '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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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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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수도관이 얼어붙고 세탁기까지 고장 났다면 좀 당황스럽겠지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싶을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곳이 전체 1018세대 단지 가운데 800세대가 넘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벽면이 냉동창고처럼 얼어붙었습니다.

창문을 닫아도 안쪽은 눈이 덮인 듯 하얗게 변했습니다.

1000여 세대가 지난해 11월 입주를 끝낸 경기도 구리시의 한 아파트입니다.

세탁실 벽에 가득 찬 습기가 추운 날씨에 얼어버린 것입니다.

주민들은 '빙벽'이라고 부릅니다.

현장에 가봤습니다.

세탁기용 수도꼭지 주변에는 어른 키 반만 한 얼음 기둥이 만들어졌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 온 주민들의 설렘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입주민 : 처음에는 새 건물에, 내 집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죠. 기대에 찼었는데 겨울 되고 환상이 깨졌죠. 많이 속상했죠.]

최근 날씨가 좀 풀렸지만 습기 문제는 여전합니다.

이 단지 내 아파트 상당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촬영 전에 약 두 시간 정도 창문을 열어놨다고 하는데요.

여전히 창틀에 습기가 맺혀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벽면도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마른 티슈를 갖다 대어 보면 습기 때문에 벽에 달라붙습니다.

습기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이 벽을 감싸고 있던 코팅지도 튀어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심한 부분은 이미 벽에서 뜯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는 800건이 넘습니다.

수도관이 동파되면서 주방이나 안방 화장실에서 물이 나오지 않거나, 세탁기가 고장 나는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시행사인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단지에 세탁기 두 대를 임시 방편으로 마련했을 뿐입니다.

수도관을 둘러싸는 발열선을 설치해주겠다고도 했지만 주민들이 반대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LH가 시행한 바로 옆 단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총 세대수의 85%에 달하는 325세대가 입주한 상황에서 절반이 넘는 174세대가 같은 피해를 신고한 것입니다.

구리시장까지 조치를 요구하고 나서야 LH는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아직 이렇게 '입주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축하인사가 붙어있는데요.

그 옆으로는 알림문 두 장이 붙어 있습니다.

시행사인 LH 측에서 붙인 건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습니다.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면서 결국 시행사도 잘못을 시인한 것입니다.

세탁기 수도관의 위치를 내벽에서 외벽으로 옮기도록 설계를 변경하면서 동결에 취약해졌다는 게 LH의 설명입니다.

세탁기와 수도꼭지를 연결하는 호스의 길이를 줄여서 '세탁기 사용을 편리하게 하자'는 취지였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 한파처럼 동결될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변경한 것 아니냐'는 주민들 의구심에 대해서는 "배관 길이가 늘어나 실제 원가는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LH는 주민들에게 외부 단열 시공을 추가로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다음 주 주민들과 만나 공사 시기 및 방법과 보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가까워진 서울, 행복한 일상이 시작되다'

LH 홍보 책자에 있는 문구입니다.

그러나 입주가 끝난 지 석 달여가 지난 지금 주민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불편함과 속쓰림입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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