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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 국민이 “영미~영미~” 평창 최고 인기스타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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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자 컬링대표 스킵 김은정이

김영미에 내리는 스위핑 지시

인터넷서 글·영상 패러디 봇물

일각선 국민스포츠 발전 기대

반짝 열풍 아닌 시스템 중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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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동사] 1. ‘영미~’(스위핑을 시작하라) 2. ‘영미야~’(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라) 3. ‘영미야!!!’(더 빨리 스위핑을 하라) 4. ‘영미영미영미~’(더 이상 스위핑을 할 필요 없다)

대한민국에 새 컬링 용어 ‘영미’가 등장했다.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연파하며 10개 팀 중 예선 1위로 4강 진출을 확정한 여자 컬링 대표팀의 김영미(27)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여자 컬링이 파죽지세로 7연승을 달리자 누리꾼들은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28)이 경기마다 애타게 외치는 ‘영미’를 패러디한 각종 글과 영상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영미, 영미 동생, 영미 친구, 영미 동생 친구로 이뤄졌다”는 누리꾼들의 우스갯소리도 있다. 김영미와 김경애(24)는 친자매 사이고, 김은정과 김선영(25)은 각각 자매의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영미는 이제 ‘국민영미’가 됐다.

평창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여자 대표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패러디물도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집 안에서 컬링 경기를 하듯 일반인이 로봇청소기를 돌리면서 걸레질을 하는 동영상,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얻은 김은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에 집중하거나 바나나를 먹는 모습 등을 비교한 사진 ‘안경선배 감정변화 32선’, 김은정이 “영미, 여기 지금이야”를 외치면 로봇청소기가 컬링 스톤처럼 다가온다는 설정의 ‘컬링팀 로봇청소기 광고 콘티’ 등 재미있는 영상과 사진이 연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마늘과 관련된 별명도 흥미롭다. 대표팀 5명 중 주전 4명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의성여고 동문이다. 서울 출신인 김초희(22)만 나중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의성 지역 특산물인 마늘에 빗대 ‘마늘소녀’라는 별명이 있다. 또 마늘이란 뜻의 영어 ‘갈릭’과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최고 선수들을 가리키는 ‘갈락티코’를 합성해 ‘갈릭티코’란 별명도 있다. <뉴욕 타임스>도 20일(현지시각) 여자 컬링 대표팀의 활약을 다룬 기사에서 이들을 ‘갈릭걸스’(Garlic girls. 마늘소녀)로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대표팀 선수들은 무덤덤하다. 뒤늦게 별명을 접한 선수들은 “출신지가 의성이라는 것 외에 마늘과 관련이 없는 만큼 ‘팀 킴’(Team Kim)으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 5명과 감독(김민정)까지 모두 김씨라 이들은 일찌감치 국외 경기 때마다 ‘팀 킴’이라는 별명이 따랐다. 게다가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컬링이 엄청난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도 선수들은 자신들의 높은 인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후 기사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을 보고 집중력을 잃을 걸 염려해 휴대전화를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의 활약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컬링이 ‘국민스포츠’로 발돋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4년 전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컬링이 반짝 인기를 끌면서 경기도가 컬링경기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다음달 의정부 종합운동장에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2964㎡ 규모의 컬링 전용 경기장도 문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종목 특성상 컬링은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 만큼 국민스포츠로 자리잡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가 탁구 단식 금메달을 따자 ‘탁구 열풍’이 불었지만 그 인기가 얼마 안 갔다”며 “특히 겨울스포츠인 컬링은 스케이트장의 일부를 활용하거나 전용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경기 시설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릉/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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