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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호흡기 질환 이기려 뛰다보니 ‘SUB-3’ 3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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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기록 심재덕씨

첫 도전 후 26년 만…하루 두 차례 출전·이틀 연속 출전 우승도

미국·일본 산악마라톤에선 세계신기록 “한계 도전이 내 인생”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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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또 달리며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인생이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심재덕씨(50·생산지원부 기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 3시간 이내 돌파(SUB-3)를 300회나 달성했다. 심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열린 ‘2018 모이자! 달리자! 월드런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3분00초 만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심씨의 최고 기록은 2010년 3월 한 언론사가 주최한 국제마라톤대회에서 달성한 2시간29분11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옹(1912~2002)이 세운 기록 2시간29분19초보다 8초 빨랐다.

심씨는 사실상 마라톤이 불가능한 호흡기 질환자였다. 그는 1987년 2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1993년 기관지 확장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도 완치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해 숨이라도 편하게 쉬어보겠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심씨는 “당시 폐활량이 일반인의 69.5%에 불과해 항상 입을 벌리고 살았다”며 “지금은 일반인보다 20%가량 많은 폐활량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심씨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1995년 생애 첫 풀코스를 2시간39분05초의 기록으로 완주해 SUB-3를 달성했다. 이후 2008년 8월 한국인 최초로 SUB-3 100회를 달성하고 2012년에 200회, 최근에는 마라톤 인생 26년 만에 300회도 달성했다. 심씨는 마라톤 풀코스뿐만 아니라 산악·울트라 마라톤과 철인3종에도 도전하다 보니 해마다 4~5회 정도 외국 원정길에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발톱이 빠진 것이 400여번이나 된다고 한다.

그에겐 특별한 기록도 많다. 이틀 연속 풀코스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것이 6회나 된다. 2016년 5월 아침에는 풀코스, 저녁에는 울트라 마라톤(100㎞) 대회에 참가해 모두 우승한 기록도 있다. 이 두 건의 기록은 ‘세계 최초’로 남아 있다. 게다가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 100마일 산악마라톤대회’에서 그해 미국 ‘올해의 울트라 러너’로 뽑힌 칼 맬츠를 18분 차이로 이기고 우승한 기록(17시간40분45초)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유명한 ‘하세쓰네 산악마라톤대회’(71.5㎞·2005년)에서는 아무도 8시간의 벽을 넘지 못할 거라 예상됐지만 심씨는 그 벽을 허물며 7시간52분24초라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는 이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심씨는 올해도 외국 원정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2~4일 홍콩에서 열리는 ‘트랜스란타우 산악대회’(100㎞)에 이어 4월에 일본 후지산을 한 바퀴 도는 ‘UTMF(울트라 트레일 마운틴 후지) 대회’(160㎞)에 참가할 계획이다. 심씨는 “세계 최고의 산악 마라토너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나중에는 지금까지 모아놓은 마라톤 관련 자료들을 전시할 박물관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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