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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SC] 행복한 재혼 하려면?···꼭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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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이혼 커밍아웃 빠를수록

무분별한 교제보단 지인 소개 만남

재혼엔 자녀 유무가 결정적 요인

“비슷한 가치관 가진 이 만남 성공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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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5년차인 직장인 김수빈(가명·37)씨는 최근 또 다른 상처를 입었다.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남자는 초혼이었지만 김씨의 이혼 경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데서 불거졌다. 예비 시어머니와의 갈등이었다. 김씨는 시집과의 갈등이 과거 이혼으로 이어진 터라 더욱 결혼을 결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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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결혼생활을 경험한 이들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과 결혼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처음이라면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일도 고민거리가 된다.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도 다가오는 또 다른 사랑을 거부하긴 어렵다. 사랑만큼 우리 삶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혼은 결혼생활의 끝일 뿐이지, 사랑의 끝은 아니다. 이혼 뒤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나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는 커플도 많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28만1600건 가운데 11.4%인 3만3000여건이 재혼이었다. 꽤 높은 수치다. 이혼 뒤 사랑 그리고 재혼을 준비할 때 유의할 점을 여러 경우를 통해 살펴봤다.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이혼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 기간 솔로로 지낸다. 이혼 과정에서 겪은 감정을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사랑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면 누군가 나타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3년 전 이혼한 김경민(가명·38)씨는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 상대 여성은 동네 헬스클럽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쾌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만나면 눈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헬스클럽에 다니는 몇몇 사람끼리 모임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술자리 등이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서로 말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의 밝은 눈을 볼 때마다 다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났다.

처음엔 ‘난 이혼했는데’라는 자격지심이 앞섰다. 하지만 침대에 누우면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 될 거야’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자기가 이혼했다는 걸 먼저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거절당하더라도 무언가 시도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저녁 모임에서 결혼에 대한 얘기가 오갈 때 그는 “이혼했다”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힐끗 쳐다봤다.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뜻하지 않게 그 뒤로 둘 사이는 급진전했다. 이혼한 사실을 밝힌 뒤 오히려 관계가 가까워진 것이다. “제가 결혼한 상태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김씨는 자신의 커밍아웃이 도움이 됐다고 믿고 있다.

이혼 뒤 연애라고 해서 크게 다른 건 없다. 취향과 존중이라는 사랑의 기본을 잘 지키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김씨의 조언이다. “사실 제가 이혼이라는 콤플렉스가 있는 거잖아요. 이 콤플렉스는 극복해 갈 겁니다. 그와 사랑을 하면서요.” 사랑은 결국 배려라는 것을 김씨는 보여주고 있다.

■ 쉬운 만남은 허탈감만

직장인 이명인(가명·41)씨는 최근 “더 이상 사랑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혼 3년차인 그는 이혼 뒤 그야말로 방탕한 삶을 살았다. “부킹을 하기 위해 성인나이트 클럽을 밥 먹듯 드나들었어요. 주말엔 이혼한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모임에 가 여러 사람을 자유롭게 만났죠.” 그렇게 이런저런 사람을 가볍게 만났다. 3년 동안 만났다 헤어진 사람이 10명이 넘는다. 한 번에 세 명을 동시에 만난 적도 있다. 그 가운덴 기혼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분별없는 만남의 결과는 허망함뿐이었다. 이혼 뒤 사랑을 쉽게 생각했던 이씨는 지난해 말 활동하던 모든 카페를 탈퇴했다. “만날수록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어요.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그는 술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등 규칙적인 삶으로 복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씨처럼 이혼 초기, 법적·윤리적인 속박에서 해방됐다는 생각에 자유를 즐기고, 상처 입은 자존감을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무분별한 이성교제에 빠지는 이가 많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오히려 ‘행복한 이혼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 이혼 선배들의 조언이다. 오히려 삶이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혼 6년차 박현숙(가명·37)씨는 “이혼한 사람 가운데 인터넷 카페 기웃거리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서로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위로가 되고 친구가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더러는 즉흥적이고, 일회성이 강한 만남을 선택합니다. 대부분 바람직한 결실을 맺지 못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나이트클럽 부킹, 인터넷 카페나 채팅 앱을 통한 만남보다는,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게 가장 상처받을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지인이야말로 나의 성격, 취향, 이혼 경험 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결혼 전 연애할 때도 매의 눈으로 나와 잘 맞는 이를 고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이혼 뒤 연애도 똑같다는 설명이다. “이혼했다고 해서 사랑은 달라지지 않아요. 진지함이 우선입니다.” 박씨의 말이다.

자신의 이혼 경력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곽정은 작가는 “이혼 뒤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명심해야 하는 건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겠어’라고 애쓰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쉬운 만남을 지속하는 것은 “공백감, 허탈감, 초조한 마음에 급하게 선택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고 스스로 자립성, 자존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복구시킨 뒤 누군가를 만나야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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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리매리 누리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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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혼은 현실, 또 현실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사랑을 이어간다면 당연히 그와의 결혼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한번 살아봤으니 시행착오도 없을 것 같고, 잘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연애와 달리 두번째 혹은 세번째 결혼을 결정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구두 디자이너 이현미(가명·29)씨는 최근 재혼이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과거 이혼은 친정과 시집 간의 갈등이 발단이었다. 혼수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고, 급기야 시집에서 남편을 본가로 소환(?)하는 바람에 바로 반강제로 별거에 들어갔다. 다행히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큰 마찰 없이 이별을 했다. 하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전 둘 사이에는 이미 아이가 있었다. 양육권은 이씨가 가져갔다.

이씨는 2년 전 거래처를 통해 알게 된 한 남성과 진지한 만남을 시작했다. 둘 사이의 사랑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이씨의 아이였다. 남자는 이씨에게 아이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예비 시가에서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 혼사가 오가는 사이에 이를 안 시가에서 결혼을 극구 반대했고 결혼은 없던 일이 됐다.

결혼은 여전히 냉혹한 현실이다. 재혼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결혼업체 듀오의 이재목 이벤트 팀장은 “재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건 맞다. 과거 첩보작전 하듯 몰래 숨어서 하던 재혼자 미팅이 요즘엔 정기적, 공개적으로 열릴 정도다. 하지만 막상 결혼 얘기를 할 땐 자녀 유무가 가장 큰 결정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연애와 달리 결혼을 할 때는 상대방의 현실적인 조건 특히 자녀의 유무가 재혼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라는 얘기다. 이 팀장은 “소득 차이가 큰 경우도 결혼이 성사되기가 매우 어렵다”며 “한편 자녀가 있는 상황을 잘 극복해 결혼에 골인한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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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초혼이든 재혼이든 현실이다. 아니, 재혼은 더욱 냉정한 현실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을까. 이 팀장은 “큰 욕심을 버려야 한다.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만나야 좋은 결과를 맺는다”며 “이혼 경험자들은 서로 마음을 잘 열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유머감각과 화술을 익히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혼

부부가 유지되어온 결합 관계를 해소하는 행위. 크게 협의 이혼과 재판 이혼이 있다. 재판 이혼은 조정 이혼과 소송 이혼으로 나뉜다. 최근 국내 한 재벌 총수 부부의 이혼 조정 실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매해 10만건 이상 이혼이 이뤄지는데, 설과 추석 명절 뒤 신청 건수가 급증한다. 현재까지 최고의 이혼 위자료는 1999년 미국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전 아내에게 준 17억달러(약 1조82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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