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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상화폐 계좌 만들라는 최흥식, 고민하는 국민·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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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금감원장, 자영업자 금융지원 강화를 위한 현장 방문.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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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가상화폐 계좌 발급에 동참하라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180도 달라진 태도에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사행성을 이유로 강력한 규제를 펼쳐온 금융당국이 돌연 입장을 바꾸자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 탓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최흥식 금감원장은 서울 모처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 중 신한·농협·기업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직접 거론하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당국 눈치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거래를 독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다.

이는 불과 두 달 전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최 원장은 지난해부터 가상화폐가 지난 투기성을 경고하며 금감원 임직원에게도 거래 자제를 당부해왔다. 심지어 한 공식석상에서는 ‘내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가상화폐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예언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그의 이번 발언을 놓고도 다양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물론 기존 가상화폐 거래자는 환영하고 나섰지만 정작 은행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나 KEB하나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시행과 함께 빗썸은 농협·신한은행, 업비트는 기업은행,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거래 중이지만 두 곳은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관련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시장과 정부의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야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과거 빗썸과 거래를 해왔지만 지난해 7월 이 거래소에 고객정보 해킹 사고가 발생한 뒤로는 거래를 끊고 시스템 구축에만 매진해왔다. 지금은 가상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인 자금세탁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완벽히 구축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 실시를 주저하는 배경에는 당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당국은 가상화폐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데는 무분별하게 가상계좌를 제공한 은행권의 책임도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 일환으로 올초에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를 들여다보는 특별검사도 진행했다. 이처럼 은행권을 흔들어놓고 이제와서 다시 거래를 주문하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을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게다가 최 원장은 두 은행을 향해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모든 일엔 리스크 테이킹”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자율성은 부여하겠지만 발생하는 문제의 법적책임은 은행이 감내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곱씹어보면 가이드라인을 지킬 자신이 없다면 신규 계좌를 발급하지 말라는 연초 당국의 메시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에 금융권 전반에서는 최 원장이 또 한 차례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아직 가상화폐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만큼 은행으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금융당국 수장의 돌발 발언이 금융권을 흔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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