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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병원 관둔다던 애가 왜 죽었나” 아산병원 간호사 유족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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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도 안 가르치고 실수하면 몰아붙여

쉬는 날 선임들 만나고 벌벌 떨다 숨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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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송파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ㅂ간호사(27)의 유가족들이 “태움은 없었다”는 서울아산병원 쪽 설명에 분노하고 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말에서 비롯한 태움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문화를 뜻하는 은어다.

ㅂ간호사의 이모 김아무개씨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숨진) 조카가 가족들과 식사 자리에서 입사 뒤 3개월 교육을 마치는 날 프리셉터(사수)가 ‘이 병원은 비전이 없어서 너한테 일부러 안 가르쳐줬어. 너 빨리 나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교육이 필요한 신입 간호사를 사실상 일부러 방치했다는 증언이다.

김씨는 또 숨진 ㅂ간호사가 이미 병원을 그만두기로 했던 사실도 알렸다. 김씨는 “지난 12~13일 조카가 ‘병원 쪽에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며 “병원을 그만두기로 한 애인데 (선임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애가 죽냐”고 말했다. ㅂ간호사는 지난 13일 오후 중환자실 환자의 배액관(몸속에 고인 피나 체액을 빼는 관)을 빠뜨리는 실수를 했다고 한다. 그는 휴무일인 14일 수간호사, 프리셉터와 면담을 하고는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조카가 겁에 질려 쉬는 날(14일)인데도 수간호사와 프리셉터를 2시간가량 만났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남자친구 앞에서 벌벌 떨었다고 한다”고 했다. ㅂ간호사는 숨지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업무에 대한 압박감(과) 프리셉터 선생님의 눈초리 (때문에)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한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는 글을 남겼다.

김씨는 이어 “우리는 프리셉터를 처벌해달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업무와 관련된 일로 죽음을 선택했으니 병원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선담은 장수경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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