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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범행 치밀했지만…이영학 겉과 속 다른 '모순'이 사형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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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선고 공판 출석하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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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 앞둔 '어금니 아빠' 이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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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


이영학, 재판부에 반성문 수차례 제출…"진심어린 반성 아냐"

"딸, 범행에 가담시켜 놓고 행복한 미래 꿈꾸는 건 위선 불과"
"아내 사망에도 냉혈, 죽은 아내 이용 모금 독려 등 비인간적"
"엽기적 범행 볼 때 아내 아끼거나 사랑했다고 보기 어렵다"
심신미약 주장도 배척…"구체적 범행 계획해 주도면밀 행동"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21일 딸 친구 여중생을 추행·살인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어금니아빠' 이영학(36)씨에게 사형이 선고된 건 그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 '모순'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성호)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씨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단계부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원에서도 반성문을 여러 번 제출하며 참회의 눈물까지 훌렸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법정 최고형(刑)을 택했다.

한때 어금니아빠로 방송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이씨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할 극악 범죄자로 간주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 같은 판단을 한 배경에는 범죄사실이 매우 중한데다, 피해자 및 유가족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씨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 모순에서 개전의 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변론 전략은 일단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되, 아직 미성년자인 딸의 생계를 부양해야 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들어 판사 앞에서 최대한 선처를 호소, 무기징역만은 피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

이씨는 범행에 관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 살인죄에 관해서는 형사재판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심신 미약'을 꺼냈다. 물론 감형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신지적장애 3급을 받은 것과 범행 이후 수면제 과다 복용은 인정된다"면서도 "증거를 종합해서 볼 때 피고인(이영학)은 딸과 적극적으로 공모했고 구체적으로 범행을 계획해 실제 범행을 하고 살해·사체유기까지 주도면밀하게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강제추행·살해 범행 당시 피해자의 반응에 맞춰 그때그때 대응하고 범행에 가담한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상황 판단이 힘들 만큼 많은 수면제를 복용한 것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한 건 심리분석 결과였다. 이씨에게 정신지체 수준에 이르는 사고장애·현실장애가 관찰되지 않은 점, 사건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사물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볼 수 없어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씨가 재판 내내 딸과 아내를 운운하며 감정에 호소한 변론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재판부는 "수사부터 법정까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수차례 넣고 진술했지만, 이는 진심 어린 반성에서 우러나오기보다는 피고인이 이 와중에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위선적 모습에 불과하다"며 반성문의 진실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리의 내면에 아직 피고인은 피고인밖에 없고, 딸을 내세워 기부금을 받고, 엽기적 범행에 딸을 버젓이 관여하게 한 점에 비춰볼 때 딸을 위하거나 장래를 걱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미 공범으로 딸을 수단처럼 활용했고 감형 수단으로 이용한 것 아닌지 의심까지 든다"고 밝혔다.

이씨는 중학생인 딸 친구를 성적 대상으로 찾게 된 원인으로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들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극(아내 사망)을 맞이하고도 냉혈하게 대응했고, 죽은 아내를 이용해서 모금을 독려하는 등 비인간적 행동을 보였다"면서 "엽기적 범행으로 보면 아내를 아끼거나 사랑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아내는 사망할 때까지 비인간적이고 폐륜적 가학의 대상이었다. 아내는 처참한 생활 속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아내의 영정사진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직접 시신을 염하며 입을 맞춘 기이한 행동을 계획된 '연출'로 봤다.

재판부는 "이렇게 피고인은 아내가 사망한 지 한달도 안 돼 (아내를) 대신할 성적 대상을 찾고 딸 친구를 유인해 추악하고 몰인정한 범행을 저질러 우리 사회가 공분에 휩싸였다"며 "딸도 용서받기 어려운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고 질타했다.

결국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피고인은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씨는 사형이 선고됐는데도 별다른 의사 표현 없이 간혹 울먹이다 법정을 조용히 빠져 나갔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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