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무너지는 로드숍, 성장하는 H&B스토어…뒤바뀐 명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장품 시장의 판세가 바뀌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새로운 화장품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던 브랜드 로드숍들은 성장 정체에 빠졌다. '로드숍 신화'를 썼던 미샤(에이블씨엔씨)의 서영필 창업주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17년 만에 사모펀드에 회사 지분을 매각하며 스스로 업계를 떠났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 잇츠한불 등 내로라하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매장 수를 줄이고 현장 직원들을 정리하는 등 실적 정상화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로드숍들의 고난을 거듭하는 동안 헬스앤뷰티스토어(H&B스토어)시장은 활짝 웃었다. 한 매장에서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와 종류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용품, 간단한 먹거리 등을 판매해 현대인의 생활 환경에 최적화된 상품을 갖추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배수진'친 로드숍 업계…매장 수 줄이고 인력 감축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승승장구했던 로드숍 시장을 내수 경기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 따른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이중고는 시작됐다. 그 결과 대다수 브랜드들은 매장 구조조정을 물론 인력 감축이라는 고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잇츠한불은 홈플러스 내에 입점한 자사 브랜드 잇츠스킨의 점포 60여 곳 가운데 20여 곳을 정리 중이다. 잇츠스킨의 국내 전체 매장 수는 지난 2016년 말 303개에서 지난해 3·4분기 291개로 감소했다. '달팽이 크림' 인기에 힘입어 한때는 매 분기 두 자릿수 이상 호실적을 달성했던 잇츠스킨은 내수경기 침체와 중국 관광객 감소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매출 부진 점포를 중심으로 비용 효율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최근 3년간 적자 매장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재정비 하고 있다. 2015년 778개 매장에서 지난해 714개까지 매장 수를 줄였다. 또한 각 매장 상황에 따라 직원 정리와 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인건비 효율화를 이루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창업주가 떠난 미샤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14년 739개까지 열었던 매장 수를 대폭 정리하며 수익성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올해부터 2년동안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점포를 새로 단장하고 브랜드 라인을 다각화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 예정이다.

스킨푸드는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신촌 2호점 문을 닫았다. 대표 관광상권인 신촌점마저 적자난을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스킨푸드는 2016년 590개에서 지난해 580개로 매장을 감축하며 경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외에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생 브랜드 난립과 서로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브랜드간 가격 경쟁을 연일 펼치면서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 악화와 해외 관광객(중국 관광객) 감소가 안팎으로 영향을 주면서 로드숍의 위기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에 탈피하지 못하면 그대로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애물단지'에서 '황금거위'로, H&B스토어의 독주

매일경제

올리브영의 대표 매장인 서울 중구 명동본점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장품 로드숍들이 실적 몸살을 앓는 동안 약국 화장품과 건강기능을 주로 팔았던 'H&B 스토어(드럭스토어)'는 종합 생활유통채널로 변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2013년 6320억원에 불과했던 H&B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2.5% 성장률을 보였다. 앞으로 5년 내 3조원 시장으로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이 단연 돋보인다. 올리브영은 2016년에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 1999년에 출범한 이후 17년 만의 쾌거다. 2013년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며 적자 경영에 허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점유율(업계 추산) 80% 가까이 차지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로드숍들이 몸집 줄이기에 분주할 때도 매년 100여개 신규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해 기준 약 1000여개 매장을 보유하며 국내 유통시장의 신흥강자로 급부상했다. 서울 명동본점, 부산광복점, 강남본점에 이어 올해는 대구에 초대형 매장을 공개하는 등 확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이제는 신생 중소 브랜드들은 물론 기존 화장품 대기업들까지 올리브영에 제품을 입점하기 위해 '눈치 경쟁'을 펼칠 만큼 그 위상이 강해졌다는 후문이다.

회사는 이 기세를 몰아 올해 300여개 신규 매장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1500개 이상 매장수를 열어 고속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1위와 격차가 벌어지긴 했으나 GS리테일 왓슨스 역시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팔을 걷었다.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변경하고 시장 주 타깃층인 20·30대 여성 고객을 공략한다. 매장 수를 올해 200개까지 늘리며 인지도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력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롭스도 그룹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우며 올해 공격적인 사세 확장을 예고했다. 선우영 롭스 대표는 취임직후 올해 50개 신규점포를 열고 50% 매출 신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IT부문에 투자해 모바일 쇼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체브랜드(PB)를 적극 개발해 마니아층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신세계는 영국 H&B스토어 '부츠'와 손잡고 매장에 실제 약국을 입점시키는가 하면 화장품 자체 상표(PB)인 솝앤글로리와 넘버 세븐 등으로 콘셉트 차별화를 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자유롭게 써보며 비교·구매하려는 소비 특성을 보이는데 이에 최적화된 곳이 바로 H&B스토어"라며 "이제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과 식품 등 없는게 없는 '작은 백화점'으로 부상한 만큼 소비자 발길을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