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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올림픽] 쇼트트랙의 해묵은 논란 '반칙 판정'…'어디서·어떻게'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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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주로에서는 안쪽 선수 반칙 잦고 코너에서는 바깥쪽 선수가 조심해야

중국, 여자 계주 반칙 판정에 반발했지만…ISU "판정에는 항의 불가"

연합뉴스

[올림픽] 최민정, '역전!'
(강릉=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한국의 최민정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2018.2.20 yatoya@yna.co.kr



(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속도감과 긴장감이 폭발하는 쇼트트랙 레이스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에 한참을 기다리다 뒤늦은 환희와 분노,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이 또 한번 온다.

1위로 경기를 마치고도 긴가민가한 마음에, 최하위로 골인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링크 옆에서 대기하던 선수들은 전광판에 뜬 최종 순위를 보고서야 기뻐하며, 혹은 고개를 숙이며 떠나간다.

경기의 주요 장면을 돌려보던 4명의 심판은 어느 선수가 반칙했는지에 대해서만 전광판에 띄운다. 장내 아나운서도 '임페딩 반칙'이라는 설명 정도만 알려줄 뿐이다.

때문에 쇼트트랙 경기가 끝나고 나면 팬들을 중심으로 '판정이 잘못됐다'는 논란이 자주 제기되곤 한다. 선수들이 반발할 때도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에 따르면 쇼트트랙에서 실격을 초래하는 반칙은 매우 다양하다.

임페딩 외에도 오프 트랙(코너를 돌 때 마커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 어시스턴트(같이 레이스를 한 다른 동료 선수를 밀어주는 등 돕는 행동), 두 번째 부정 출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 등이 있다.

큰 부상이 일어나기 쉬운 종목인 만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규정하는 반칙도 있다. 잘 알려진 '날 들이밀기'와 달리 피니시 때 키킹아웃(날을 들이밀 때 빙면에 붙이지 않고 위로 차는 행동)은 금지돼 있고, 얼굴과 목 외의 피부가 드러난 채로 레이스를 하거나 레이스 도중 장비가 벗겨지는 경우도 실격이다.

이 가운데 늘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임페딩 반칙이다.

ISU는 임페딩 반칙을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하거나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수시로 몸싸움이 일어나는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왜 누구는 반칙을 주고 누구는 안 줬느냐'는 논란이 거듭 일어난다.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가 끝난 뒤에도 실격당한 중국 선수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공정할 것"이라는 말까지 꺼내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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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릉=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김아랑(128번)이 넘어지고 있다. 2018.2.20 pdj6635@yna.co.kr



거듭되는 논란에 평창올림픽 공식 정보제공 사이트인 '마이인포2018'은 ISU 나탈리 램버트(캐나다) 쇼트트랙 기술위원장과 질의·응답을 통해 반칙을 적용하는 과정을 파헤쳤다.

램버트 위원장에 따르면 선수 간의 접촉이 벌어졌을 때 임페딩 판단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났느냐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직선주로에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추월하려 할 때는 앞서 있는 선수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두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 왔을 때는 우선권이 사라진다. 안쪽에 있는 선수가 바깥쪽으로 나가려 밀거나, 바깥쪽에 있는 선수가 안쪽으로 밀어붙이면 반칙이다.

흔히 발생하는 반칙이 안쪽에서 달리던 선수가 코너를 앞두고 마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바깥쪽에 있는 선수를 밀치는 경우다.

코너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원심력을 이겨내야 하는 코너에서는 안쪽에 있는 선수가 뭔가를 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바깥쪽에 있는 선수에게 반칙이 주로 주어진다.

램버트 위원장은 "코너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다가 양팔이나 어깨, 엉덩이로 안쪽의 선수를 밀거나 친다면 반칙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여자 500m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당한 최민정(성남시청)은 코너를 돌다가 안쪽에 있던 킴 부탱(캐나다)의 무릎 부위를 팔로 건드린 것이 문제가 된 경우다.

20일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의 실격을 자초한 판커신은 3바퀴를 남겨두고 코너에 진입하면서 안쪽의 최민정을 밀었다는 데서 반칙 판정을 받았다.

반면 이날 한국 팬들을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했던, 김아랑(한국체대)이 바통터치를 한 뒤 넘어지면서 발레리 말테(캐나다)까지 함께 넘어진 장면은 앞서 설명한 반칙의 케이스에는 해당하지 않아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대로 캐나다는 최민정과 판커신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안쪽에 있던 대기 선수가 직선 주로 안쪽으로 슬쩍 스케이트 날을 집어넣어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것이 반칙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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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양보란 없다!'
(강릉=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한국의 최민정이 역주하고 있다. 2018.2.20 yatoya@yna.co.kr



한번 반칙이 선언되면 선수가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바꿀 방법이 없다.

램버트 위원장은 "쇼트트랙에서 규칙에 대해 항의할 수는 있지만, 한번 결정 난 판정에 대해 항의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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