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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시리아 동구타, '제2의 알레포' 되나…대학살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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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공격…이틀간 250명 사망

"정부군, 동구타 탈환 지상전 계획" 소문도

뉴스1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을 받은 동구타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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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외곽 지역 동(東)구타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대학살'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발생했던 비극이 2년 만에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18일부터 사흘째 동구타에 공습과 로켓포 사격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8시간 동안 사망자는 최소 250명, 부상자는 1200여명에 달한다. 이는 2013년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를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벌인 이후 최대 인명피해 규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러시아군의 지원하에 동구타 내 최소 10개 마을을 공격했다. SOHR은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민간인 최소 10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127명이 사망했다. 목숨을 잃은 어린이는 39명이다.

이번 피해는 시리아 정부군이 이달 초 동구타를 닷새간 공격한 지 약 열흘 만에 발생했다. 당시에도 민간인 25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특히 이번 공격으로 주요 의료시설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지난 48시간 동안 동구타 지역의 7개 병원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최소 3개 병원이 운영을 중단했으며 2개 병원이 부분적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와 구호단체들은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무고한 민간인 살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유엔의 시리아 인도주의 담당관은 "오늘 동구타에서 일어난 일은 상상 이상"이라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견딜 수 없으며 거주민들은 생사를 전혀 알 수 없게 됐다. 동구타의 악몽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셰프는 이날 앞서 '백지 성명'을 내고 "어떤 말로도 아이들의 고통과 우리의 분노를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반정부 연합 세력인 시리아국민연합은 이번 사태를 '학살'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은 다마스쿠스 교외의 동구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현한다"며 "이 같은 사태로 인해 40만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의 중단은 당장 시작돼야 하며 비상지원이 필요한 이들은 즉각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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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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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반군 세력의 손에 들어간 동구타에는 주민 40만명이 거주한다. 시리아 내전에 개입 중인 러시아와 이란·터키는 지난해 5월 동구타를 '긴장 완화(de-escalation) 지역'으로 설정했으나, 휴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구타를 둘러싼 긴장은 되레 점점 고조되고 있다. 현지 국영통신에 따르면 반군이 전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포격을 실시하면서 최소 9명이 죽고 49명이 부상했다.

AFP통신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조만간 동구타에 들이닥칠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가 수도 인근의 유일한 반군 점령지인 동구타를 손에 넣기 위한 지상전의 '전조'로서 이번 공격을 실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미 압델 라흐만 SOHR 소장은 전날 "시리아 정부가 지상 공격을 위한 길을 다지기 위해 동구타를 폭격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동구타가 '제2의 알레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알레포는 시리아 정부군이 2016년 12월 무차별 공격을 펼친 끝에 탈환한 북부 도시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이것은 제2의 알레포가 될 위험이 있다. 우리가 (알레포로부터)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역시 "알레포 동부의 공포가 갇혀 있는 민간인 학살과 인도주의적 행위자에 대한 부적절한 접근으로 인해 동구타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이날 지적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는 성명에서 "역사가 되풀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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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구조대가 다친 동구타 주민을 부축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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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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