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간통죄 폐지 3년후…덮치기 사라지고 흥신소는 성업중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산에 거주 중인 A(53·여)씨는 지난 겨울 남편의 외도를 적발하고 이혼을 준비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았다. A씨는 이혼소송을 생각했으나 변호사는 위자료 손해배상 소송을 권유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이혼 과정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손해배상과 재산분할이라는 점에서였다.

A씨는 변호사 조언대로 배우자의 외도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남편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불륜녀와 밀회하는 장면을 확보하고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불륜의 빈도를 확인했다. 또 남편 사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 불륜 상대와의 통화 내용도 녹취했다. 통신사의 통화기록 조회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A씨의 변호사는 “간통죄가 존재할 때에는 불륜을 입증하기 위해 불륜 현장을 확인하는 이른바 ‘덮치기’가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며 “최근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은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나 상간자와 함께 있는 장면 등의 증거가 많을 수록 위자료 액수가 늘어나고 소송이 쉬워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오는 26일 간통죄가 폐지된 지 3년이 된다. 배우자 외도에 따른 부부간 분쟁 양상도 상당히 달라졌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연도별 이혼소송 건수는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인 2014년 4만1050건에서 폐지 이후인 2016년 3만7400건으로 줄어들었다.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이혼소송이 필수 전제조건이면서 간통죄와 이혼소송이 같은 궤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된 2015년 이후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위자료 청구 건수는 크게 늘었다. 확실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법조계에선 2015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여의도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간통죄 폐지 이후 위자료 손해배상 관련 선임 건수가 60% 증가했다”고 말했다.

과거 외도 현장을 적발해야 했던 풍속과 달리 배우자의 외도 빈도나 불륜 상대를 향한 애정표현 등을 다양하게 확보해야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민사소송 기간이 늘어나는 단점도 있지만 법원이 증거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장점도 있다.

위자료 손해배상 소송에서 통상 인정되는 액수는 1000만∼3000만원 선인데 가정파탄으로 이어진 정황이나 성관계 사실까지 입증하면 위자료 액수는 4000만∼5000만원으로 뛸 수있다. 또 외도를 한 배우자 뿐만 아니라 불륜 상대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블로거인 ‘도도맘’ 김미나 씨의 전 남편 조용제 씨가 전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강용석 씨를 상대로 제기한 ‘불륜행위로 인한 혼인파탄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혼인파탄 행위가 인정돼 4000만원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제출받은 강 변호사와 김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부적절한 관계로 인한 가정 파탄을 인정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불륜 문제에 개입하지 않다보니 민간조사업체나 흥신소는 성업중이다. 경찰은 2012년 기준 전국의 흥신소 수를 1200여개로 추정했다. 현재는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일보

간통죄 폐지로 인한 흥신소 증가로 개인위치정보 침해 등 범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인위치정보 침해 건수는 2014년 635건에서 2016년 2125건으로 크게 뛰었다. 최근 경찰은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불법으로 위치추적기를 사용한 흥신소 대표 조모(50)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의뢰인 등 140명이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 관계자는 “간통죄 폐지 이후 사건 의뢰가 2배 이상 늘은 것 같다. 주로 민사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증거 수집을 하려는 민원인들”이라며 “합법적으로 불륜 증거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은 보통 민간조사원을 찾고 편·불법적으로 일을 진행하려는 이들은 주로 흥신소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