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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헛다리 짚은 타워크레인 안전대책…국회, 졸속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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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 20년 이상 장비 사용금지

- 일부 의원, 개정안 보완 필요성 주장 불구 그냥 통과

- 사고원인 제품불량ㆍ전문가 부족 대책 못내놔

- 타워크레인 업계 “제조업체만 배불리는 잘못된 대책”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국회가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졸속 심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인명 사고의 원인이 일부 장비의 불량과 전문가 부족, 교육 부실 등인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엉뚱한’ 연식 제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0일 국회 본관 소회의실에서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건설기계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박덕흠 의원 발의)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20년 이상 타워크레인 사용금지ㆍ예외적 사용연장, 안전관련 중요부품 내구연한 규정, 주요부품 인증제 도입, 국토부에 평가위원회 설치, 부실 검사기관 퇴출, 안전검사 총괄기관 지정 등이다. 상임위는 오는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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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한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7명의 사상자가 났다. 사진은 휘어진 채 넘어져 있는 타워크레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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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위에는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이원욱 의원(법사소위장 간사)과 박덕흠 의원, 김현아 의원이 참석했다. 소위원회 개최전 사전 간담회에서 간담회에서 해당 개정법률안의 문제가 제기됐으며, 주호영 의원도 “법률개정안에 문제가 있으니, 재고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개최된 법사소위에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물론 노후화된 타워크레인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당연히 사고는 감소할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용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타워크레인 임대료 상승에 따라 아파트 등 건축 비용도 연쇄적으로 오를 밖에 없다. 결국 아파트 등 가격상승으로 이어질수 있는 등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수 있다는 이야기다.

타워크레인 관련 업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명사고를 절대 막을 수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해왔다. 사고 원인과 정부 및 국회 대책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발표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타워크레인 사고 중 74%(17건)는 안전조치 미흡, 26%(6건)는 기계적 결함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최근 발생한 의정부, 용인, 평택 타워크레인 인명사고도 안전수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다.

타워크레인 업계에 따르면 인재가 반복되는 이유 중 교육 부실도 있으나 설치ㆍ해체 인력의 부족 문제가 가장 크다. 국내 타워크레인 설치ㆍ해체 전담팀, 이른바 ‘도비팀’은 130개에 불과한 반면, 국내 타워크레인은 총 6000여대에 달한다. 타워크레인 설치, 인상 및 고정(2회 기준), 해체하는데 약 10여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30개의 도비팀이 한 해(작업일 수 240일 기준)에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은 산술적으로 2600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주말을 제외하고 공휴일을 포함해 풀가동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6000여대 중 1700여대로 추산되는 무인타워크레인도 설치와 인상, 해체 과정은 똑같다. 또, 점점 더 고층 아파트와 빌딩을 짓는 현장이 많아 인상 작업은 5회까지도 이뤄진다. 즉, 한 현장에서의 작업일 수가 10여일이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한 팀이 하루에 여러 건설현장을 돌아다녀야 하고 이는 무리한 작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인명 사고 원인으로 제품 불량과 규격에 맞지 않은 부품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장비 노후화에 초점을 맞춘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타워크레인의 약 30%를 차지하는 특정 제품은 타워크레인 상단을 받치는 주각부 균열과 유압실린더 파손 등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제조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임대사가 자체 보강해 사용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국토위 소속 일부 의원도 사전 간담회 등에서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며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날 국회 국토교통부 법안소위에는 대다수 의원이 참석하지 않은 채 이렇다 할 협의도 거치지 않고 중대 법안을 의결했다. 국회의 ‘부실 졸속 심의’와 재해에 관한 ‘안전 불감증’이 고스란히 드러난 하루였다.

타워크레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장비 형식승인을 부실하게 진행한 국토교통부와 전문인력 수급 및 교육에 총제적인 실패를 한 고용노동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엉뚱한 대책을 들고 나왔고 국회는 이에 변죽을 울리는 격”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결국 타워크레인 제조업체만 배불리기 위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도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지연시켰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뒤집어 쓸까봐 적극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못하는 것 같다”며 “부실한 대책안으로 결국 피해는 국민과 노동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완전히 동떨어진 개정안 내용으로는 반복되는 타워크레인 인명사고를 절대 막을 수 없다”며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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