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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법부 블랙리스트' 특별조사단 첫 회의…檢 손 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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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풀 삭제·암호화 파일 760건 최우선 조사 대상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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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졌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까. 법원행정처의 법관 사찰 등 의혹을 규명할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대법관 안철상, 이하 특조단)'이 이르면 이번주 본격 조사에 착수한다. 대법원이 삭제됐거나 암호화된 파일의 조사를 위해 검찰에 기술적 지원을 요청할지 주목된다.

◇특조단, 이번주 첫 회의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조단은 이르면 이번주 첫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업무 분장을 논의할 계획이다. 회의에선 자체 조사 후 조사 결과에 대해 외부의 검증을 받을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1·2차 조사 대상 PC에 들어있는 암호화된 파일을 작성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대상으로 대법원장이 직무상 명령을 내려 암호를 건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조단은 이들 파일과 PC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풀 핵심 증거물로 판단하고 조사 방식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조사에서는 심의관들의 PC에서 비밀번호가 걸린 파일 760여건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160408)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160315)국제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검토(임종헌수정)' '(160310)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인사)' '(160407)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등 내용이 의심스러운 제목의 파일이 다수 포함됐다.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일부 판사들에 대해 실제로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졌는지 여부도 조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는 법원행정처의 거부로 아예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PC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 심의관실 캐비넷에 잠금 장치를 설치해 '봉인' 상태로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는 법원의 인사·행정을 총괄하는 조직인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법관들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선고를 전후해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교감을 나누고 당시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같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달 초 전권을 위임한 특조단을 구성했다.

◇檢 "지원 요청 땐 파일 복구·암호 해제 가능"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검찰에 기술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원의 힘 만으로 암호 해독이나 삭제파일 복구 등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법원 내부 문제는 원칙적으로 법관들, 법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전관 출신 한 변호사는 "진상조사를 법원 내부에서 한 톨의 의심도 없도록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기술적 능력이 입증된 바가 없지 않느냐"면서 "그렇다고 민간 업체에 이 조사를 맡기는 건 오히려 검찰에 맡기는 것보다 부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법원이 기술 지원을 요청해올 경우 언제든 손을 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위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부적으로 해당 PC를 이미징(조사용으로 복제판을 만드는 작업)한 후 파일을 복구하거나 파일 암호를 해제해줄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법원이 지원을 요청한다면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PC를 검찰에 가져가지 않고 포렌식센터 연구관이 법원에 파견되는 방식으로 조사단의 입회 하에 기술적 지원만 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가 디가우징이 되지 않았다면 삭제된 파일 복구나 암호 해독에는 별다른 장애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복구할 수 없도록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법원은 검찰에 기술지원을 요청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 과정이나 방법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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