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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고 보다는 최선"… '금메달 콤플렉스' 벗어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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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제일주의' 벗어난 국민적 의식 공유… 순위권 들지 않아도 열정 값지다는 인식 고조]

머니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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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쁜 마음으로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도 슬퍼질 때가 있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포디움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고, 또 일부는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최고보다 최선이 중요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공유되며 예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메달만 메달? 은·동메달 모두 값져

과거 한국인들은 '금메달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1등에만 집착했다. 1등을 한 이들에게는 온갖 찬사를 보냈지만 2·3등을 한 은·동메달 선수들에게는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값진 금메달' '아쉬운 은·동메달'이라는 수식어도 헤드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 세계에서 2등, 3등이라는 걸출한 성과를 거둔 선수들도 사과하기 일쑤였다. 특히 메달 기대감이 큰 효자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우 이 같은 일이 더욱 잦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73㎏급에서 은메달을 딴 왕기춘 선수, 2008년 베이징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진종오 선수, 2016년 리우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현우 선수 등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당시 왕기춘 선수는 결승전에서 한판으로 패한 뒤 쏟아지는 눈물에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고, 진종오·김현우 선수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기다렸을 가족과 국민에게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 평창에서는 선수와 국민 모두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등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은메달과 동메달에도 큰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

지난 1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을 건 서이라 선수를 향해서도 "메달색은 괜찮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 선수는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고된 훈련을 견뎌냈다. 동메달을 축하한다. 다시 일어나 끝내 달려 이뤄낸 결과로 멋진 모습이었다"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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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 선수 관련 기사에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아 그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한 포털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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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에게도 국민적 응원이 잇따랐다. 2010밴쿠버·2014소치에서 500m 2연패를 달성한 뒤 3연패를 노렸던 이상화였기에 일부 매체는 '3연패 실패… 은메달 획득'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아 보도했다. 하지만 댓글로 비판이 잇따르자 이후 다른 매체들은 '3연속 메달… 은메달 획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순위권 들지 않아도 열정 값져… '축제의 장 올림픽'

1, 2, 3등처럼 메달을 받을 수 있는 최상위권이 아니어도 그동안 고생한 노력을 칭송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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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민유라,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프리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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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남자 1000m경기 도중 넘어져 4위에 그친 임효준 선수는 즐기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즐긴다는 자세로 훈련에 임한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에 연연치 않고 즐겁게 경기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꼭 순위권에 들지 않아도 주목받는 선수들도 나왔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는 '아리랑'에 맞춘 프리댄스로 기술점수 44.61점, 예술점수 41.91점으로 총 86.52점을 받았다. 여기에 쇼트 댄스 점수 61.22점을 합친 총점 147.74점으로 프리댄스 연기를 한 20팀 중 최종 1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는 자세 덕분에 크게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입촌식에서 사물놀이패와 비보이들이 공연하는 가운데로 뛰어들어 춤을 추는 등 축제의 장을 제대로 즐기는 한편 빙판 위에서는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에 걸맞는 자세를 갖춘 선수라는 평이 나왔다.

지난 12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14위를 기록한 노선영 선수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2006 토리노 올림픽부터 2018 평창 올림픽까지 4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순위에 상관없이 국민을 감동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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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페이 랍신(한국)가 1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추적 12.5km 경기에서 역주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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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티모페이 랍신 선수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는 한국 선수로서 홀로 출전해 스프린트(16위) 추적(22위) 개인 경기(20위)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각종 부상을 겪은 데다 전용 통역사도 없어 힘들게 훈련했기에 투혼이 빛난다는 평이 나왔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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