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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번에 4점, 단숨에 역전… 컬링 시스터스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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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4강 일찌감치 확정, 모레 준결승

미국에 2대3으로 뒤진 5엔드에 상대 스톤 2개 쳐내는 절묘한 샷

세계 1·2·4·5위 꺾고 연일 돌풍 "한국 컬링에 더 큰 역사 남길 것"

20일 한국과 미국의 여자 컬링 예선 경기가 열린 강릉 컬링센터. 한국이 2―3으로 뒤져 있던 5엔드. 선공인 한국 여자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은정의 손에서 마지막 여덟 번째 스톤이 떠났다. "(김)초희! 가야 돼! 가야 돼!"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김은정의 목소리, 하우스(과녁판) 안에서 스톤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치는 서드 김경애의 "헐(hurry·빨리 비질하라는 뜻)!" 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조선일보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경애·김선영·김은정·김초희(왼쪽부터)가 2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예선 7차전에서 미국(세계 랭킹 7위)을 9대6으로 꺾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팀은 예선 전적 6승1패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컬링 사상 최초로 올림픽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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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란색 스톤은 하우스 외곽에 있는 미국의 빨간 스톤을 밖으로 쳐낸 뒤 방향을 바꿔 하우스 중앙에 있는 우리 스톤과 부딪히며 미국의 스톤을 하나 더 하우스 밖으로 밀려나가게 했다. 한국의 득점 가능 스톤은 4개로 만들고, 미국의 득점 가능 스톤은 쏙쏙 빼내버린 마법같은 샷이 나온 것이다. 한국은 이 투구 한 번으로 5엔드에만 4점을 따내며 6―3으로 역전했다. 환호성이 쏟아졌다.

한국 여자 컬링이 올림픽 4강에 처음 진출했다. 김은정,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후보) 등 모두 김씨로 구성된 한국의 '팀 킴(TEAM KIM)'은 5엔드 역전의 기세를 몰아 경기를 9대6 승리로 마쳤다. 5연승을 거둔 한국은 예선 6승1패로 10개 팀 중 1위에 올라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여자 컬링은 10개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예선을 치러 상위 4개 팀이 준결승 토너먼트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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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컬링은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여자가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당시 남자는 나가지 못했다. 소치 여자 대표팀(스킵 김지선)은 10개 팀 중 8위를 했다. 그랬던 한국이 평창에선 세계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스위스(2위), 영국(4위), 스웨덴(5위) 등 컬링 강국을 줄줄이 격파했다.

한국 컬링의 돌풍이 태풍으로 바뀌던 시각 주전 선수 4명의 고향인 인구 5만4000여명의 작은 도시 경북 의성군도 함성으로 뒤덮였다. "후공이니께 우리한테 기회가 있을끼다. 돌 때려라!!" 선수들 모교인 의성여고에 200여명의 의성 주민과 의성여고 학생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머리가 하얗게 센 분들은 '가즈아~ 선영아!', 학생들은 '선배님, 마늘처럼 매운맛을 보여주세요!' 피켓을 들고 목청껏 응원했다. 주민 김점란(64)씨는 "예전에 영미 할머니가 '손녀가 컬링 한다'고 했었을 땐 '방 닦는 운동'이라며 웃었는데, 이젠 고향 주민들이 모두 컬링 박사가 됐다"고 말했다.

의성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은 의성여중 시절부터 함께 컬링을 시작해 호흡을 맞춘 지 12년째다. 김영미가 먼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하자 곧이어 동갑내기 친구였던 김은정이 함께했고, 김영미의 친동생 김경애와 김경애의 친구 김선영이 합류하면서 '팀 킴'이 결성됐다. 이날 미국전에선 김영미 대신 김초희가 리드로 출전했다.

외신과 해외 팬들은 "한국팀은 모두 김씨인데 서로를 어떻게 부르느냐"며 재미있어 한다. 한국 팬 중에는 대표팀을 '갈릭티코(garlic·마늘+tico)'라 부르며 응원한다. 마늘이 유명한 의성 출신 선수들로 이뤄진 막강 군단이라는 뜻이다. 스페인 프로축구 최강팀 레알 마드리드의 초호화 선수들을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라 부르는 것에 빗댄 것이다.

김선영은 "응원해주는 팬들이 많아서 힘을 냈다"며 "한국 컬링에 더 큰 역사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팀은 21일 OAR(러시아), 덴마크와 남은 예선 경기를 치른다. 준결승은 23일 강릉에서 열린다.

[강릉=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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