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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커피·옷·미술품까지… '월정액' 서비스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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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역삼동의 W카페. 보험설계사 이효섭(36)씨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자, 직원이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이씨는 커피값을 결제하지 않았다. 한 달에 2만9900원을 내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무제한 마실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주로 강남 일대에서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하는 이씨는 "한 달에 커피 값으로 30만원 이상을 썼는데, 월정액(月定額) 서비스에 가입한 뒤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최근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전자책(e북)을 10권까지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 서비스에 가입했다. 김씨는 "전자책 한 권 평균이 5000~1만원 정도인데, 평소 한 달에 서너 권을 읽으니 월정액에 가입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13일 서울 역삼동 W카페에서 월정액 커피 서비스‘커핑’고객이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월 2만99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일정 금액을 내면 한 달 동안 일정 횟수만큼 혹은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음악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입하거나 케이블TV 요금제 등에서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식음료나 도서·의류·생활용품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식음료에서 도서·의류·생활용품까지 확산

유통 전문가들은 "월정액 서비스는 경기 침체로 지갑이 가벼워진 고객에겐 자신이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분야에서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업체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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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서비스를 내놓은 업체들은 "얼핏 업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도로 보이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W카페의 경우, 월정액 서비스를 내놓은 뒤 고객 1인당 매출이 평균 87% 늘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900원인데, 모든 고객이 한 달에 16잔 이상을 마셔 '본전'을 뽑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저렴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객이 몰리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샌드위치나 케이크 등을 같이 사는 고객도 늘었다.

더클로젯은 월정액제 서비스로, 다양한 옷을 입고 싶지만 사서 입기는 부담스러운 20~30대 소비자 계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월 8만9000원에 원피스 2벌 또는 명품 가방 1개를 대여한다. 위클리셔츠는 월 4만9000원을 내면 매주 남성 셔츠를 최대 5벌까지 빌려준다. 셔츠를 많이 구입하는 게 부담스럽고, 매번 빨고 다려 입기도 불편한 남성 1인 가구를 겨냥했다.

돌로박스는 월 2만원대의 요금을 내면 필요한 애견·애묘용 장난감과 목욕용품, 사료 등을 배송한다. 오픈갤러리는 미술품 가격의 1~3% 정도를 내면 미술품을 빌려주고, 고객이 원하면 바꿔준다. 다양한 미술품으로 집 단장을 하고 싶지만 비싼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이들을 파고들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더 성장

유통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월정액 서비스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다양한 월정액 서비스가 등장했다. 2009년 미국에선 의류 대여 서비스 '렌트더런웨이'가 영업을 시작했고, '달러셰이브클럽'은 2011년 월 1달러(약 1060원)를 내면 면도기와 면도날 4개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정액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적이고 가벼운 소비가 가능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을 잡아둘 수 있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충령 기자;정혜인 인턴기자(아주대 국어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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