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놓고… KT 대 反KT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특정 유료 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33.3%로 제한한 합산 규제와 관련해 폐지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자 폐지에 찬성하는 유료 방송 1위 KT와 반대하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케이블TV 업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합산 규제 폐지는 KT를 위한 특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대해 KT는 "합산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반(反)시장적 조치인 만큼 이번에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독과점 방지위해 유지돼야 vs 소비자 위해 없어져야

합산 규제는 인터넷TV·케이블TV·위성방송 등을 모두 합친 유료 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으로 지난 2015년 한시적으로 3년간 효력을 갖는 일몰(日沒) 조항으로 도입됐다. 기한은 오는 6월 27일까지다. 원칙대로라면 6월 말 폐지돼야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직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최근 기자 간담회 때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합산 규제 일몰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조선비즈


하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케이블TV 등 경쟁 업체들은 "KT의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선 데다 후발 주자와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규제가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KT의 시장 점유율은 인터넷TV와 위성방송을 합쳐 30.5%로 2위인 SK브로드밴드(13.4%)의 2배를 넘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산 규제가 사라지면 유료 방송 시장 독점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반면 KT는 오는 6월 말 예정대로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실적 발표 때 "합산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미디어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합산 규제를 예정대로 폐지하는 것이 규제 혁파를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맞는다"고도 했다.

◇추격 발판 마련 vs 압도적 1위 확고화

합산 규제를 둘러싼 충돌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같은 인터넷TV는 KT를 계속 묶어놔야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은 26.4%로 늘어나 KT와의 격차를 단숨에 4.2%포인트로 좁힐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는 합산 규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케이블TV 업체들도 합산 규제가 유지돼야 매각 때 몸값을 더 올릴 수 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KT가 합산 규제로 묶여 있어야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합산 규제 폐지로 KT의 점유율이 크게 오르면 인수·합병의 매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반면 KT는 합산 규제 폐지를 계기로 압도적인 유료 방송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KT의 점유율이 이미 33.3%을 넘어섰으며, 국내 최대 통신망을 가진 KT가 본격적으로 가입자 늘리기에 나서면 단기간에 40%대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합산 규제 관련 주무 부처는 과기정통부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합산 규제를 예정대로 폐지할지, 연장할지를 놓고 사회 각계 전문가 10여명으로 이뤄진 연구반을 구성해 이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반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