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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본 법원,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자살한 102살 남성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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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향이 피난구역으로 지정된 다음날 자살

유족들 원전 사고 스트레스 탓 손배소 제기

재판부, 인과관계 일부 인정 1500만엔 배상 판결



한겨레

지난해 6월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제1원전에서 도쿄전력 관계자가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지붕이 날아간 원자로 1호기를 취재진에게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후쿠시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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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뒤 고향을 떠나야할 처지에 놓이자 자살한 102살 남성의 유족에 대해서 원전 운영회사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후쿠시마지방재판소는 20일 후쿠시마원전 사고 1개월 뒤 자살한 오쿠보 후미오의 유족들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도쿄전력이 유족들에게 1500만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당시 102살이었던 오쿠보는 후쿠시마원전에서 40㎞떨어진 이타테무라에서 살고 있었다. 원전 사고 발생 한달 뒤인 2011년 4월11일 이타테무라는 계획적 피난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유족들은 이 소식을 들은 오쿠보가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가족들이 “피난생활 때도 늘 (가족과) 같이 있을 것”이라고 안심시켜려 했지만, 오쿠보는 “너무 오래 살았나보다. 싫은 것을 보고 말았다”고 했다고 유족들이 말을 인용해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튿날 오쿠보는 자살한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이타테무라를 떠나라는 이야기는 할아버지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지난 2015년 도쿄전력에 6000만엔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오쿠보가 고향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피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자살과 원전 사고에 일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결했다. “오쿠보가 100여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마을에서의 생활 근간을 잃어버린다는 상실감에 휩싸였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판결 뒤 오쿠보의 며느리는 “재판에서 이겼으니 이제 편히 잠드세요라고 (오쿠보에게) 보고하고 싶다”고 했다. 도쿄전력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판결 내용은 앞으로 검토해 대응해가고 싶다”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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