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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월급보다 빨리 뛰는 밥상 물가…엥겔계수 17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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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식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가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농산물 가격이 유력한 원인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 6688억원, 이 중에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이 78조9444억원이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총 지출액은 3.3% 늘었는데, 식음료품 구입비는 4.7%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3분기 엥겔계수를 구하면 13.8%로 나온다. 전년도보다 0.2%포인트 높아졌으며, 1~3분기 기준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엥겔계수는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식음료 외 문화, 레저 등 다른 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엥겔계수는 2000년 13.9%에서 이후 줄곧 하락해 2007년에는 11.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오락·문화 지출은 7.4%에서 8.4%로, 음식(외식) 및 숙박 지출은 7.8%에서 8.3%로 늘었다. 그러나 2008년 12.2%로 추산돼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 때부터는 소득과 소비가 늘면서 엥겔계수도 같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2011년 13%를 돌파해 꾸준히 올랐다. 2011~2014년까지는 엥겔계수 오름세 속에서도 오락·문화나 레저 등의 지출 비중도 함께 상승했다. 이 때문에 ‘욜로족’의 출현이 엥겔계수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음식도 하나의 즐길 거리로 여기고 비싼 식재료비에 거리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형태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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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식음료품 지출 비중이 늘어날수록 다른 항목의 지출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14~2017년 전체 소비규모도 늘고 식음료품 비중이 13.2%에서 13.8%로 늘어날 동안 문화비 비중은 8.5%에서 8.3%으로, 숙박·음식비 비중은 8.5%애서 8.0%로 줄었다.

가계들이 필수품목 위주로 소비하고 있으며 소득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농산물 가격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1.9% 올랐는데,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5.5%였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2014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대로 가구의 전년 대비 월평균 경상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2.5%) 직전 약 2년간(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 0∼1%대였다. 글로벌 구호단체 옥스팜이 125개국을 비교해 평가한 ‘식량 지수’에서 한국은 ‘충분한 양’ 항목에서는 대상국 중 20위 안에 들었지만, ‘적정한 가격’ 측면에서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의 농산물 가격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경제규모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며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아진 데에는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이 하나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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