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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타뉴스] 에일? 라거?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맥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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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전성시대다. 전국 곳곳에 수제맥주 전문점이 늘고 있다. 대형유통매장에는 이름도 생소한 세계각국의 맥주들이 진열돼있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에일과 라거?

맥주를 크게 나누면 에일과 라거로 나눈다. 효모가 맥주통의 위에서 발효하느냐(상면발효 top fermentation), 밑에서 발효하느냐(하면발효, bottom fermentation)의 차이다. 온도가 높으면 효모가 맥주통에 떠서 빨리 발효하고, 낮으면 천천히 발효한다. 상면발효맥주가 에일, 하면발효 맥주가 라거다. 에일은 빨리 발효한 만큼 묵직한 바디감을 자랑한다. 하면발효맥주는 부드럽고 깔끔하다. 에일은 대체로 색이 진하며, 라거는 맑고 투명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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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 스타우트, 포터

요즘 IPA가 뜨고 있다. IPA는 Indian Pale Ale이라는 뜻이다. 그럼 이 맥주를 인도에서 만들었나? 아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을 때, 개발한 맥주다. 맥주는 기온이 15도 이하, 40도 이상이면 발효가 잘 되지 않는다. 인도에 주재하는 영국인들은 맥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현지에서 번번히 제조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영국에서 만든 맥주를 선박으로 인도로 보내면 운송도중 맛이 변하기 일쑤였다. 해서 고안한 것이 IPA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부패를 늦추는 홉의 함량을 높였다. 홉은 아로마를 좌우한다. IPA가 향이 진한 것은 그래서다.

스타우트는 흑맥주다. 오랫동안 로스팅한 맥아를 써서 검은 빛을 띠고 달다. 상면발효를 통해서도, 하면발효를 통해서도 스타우트를 만들 수 있어서 에일, 라거로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스타우트 맥주가 아일랜드의 기네스다. 아일랜드의 스타우트 만큼 유명한 흑맥주는 포터다. 여러가지 에일을 섞어서 만들었으며, 노동자들이 많이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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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필스너(pilsner)는 뭐지?

200~300년 전까지만 해도 맥주 빛깔이 그렇게 맑지 않았다. 황금빛 맥주는 없었고, 막걸리처럼 불투명했다. 초창기의 맥주는 대부분 에일이었다. 그러다 맥주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는데, 조세프 그롤이라는 브루마스터가 체코의 필젠(pilsen)에서 항금빛깔의 라거를 개발했다. 필스너란 필젠에서 나왔다는 뜻으로 독일에 수출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라거처럼 맑으나 사츠 홉을 사용해 아로마가 풍부했다. 독일의 양조장들도 잇달아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인들이 필스너란 이름을 쓰기 시작하자 체코 사람들은 독일 정부에 항의했다. “필스너가 필젠 맥주라는 뜻인데, 왜 독일 맥주에 필스너란 말을 쓰지?” 독일 법원의 판단은? “필스너는 이제 지역명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체코 사람들은 필스너에 우르켈을 붙였다. 우르켈은 오리지널이라는 뜻. 필스너우르켈은 원조 필스너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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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 맥주는?

베를린에는 베를리너 바이세라는 유명한 밀맥주가 있다. 베를린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만들지 못한다. 밀이 들어간 맥주인데, 희안하게도 맑고 톡 쏘는 청량감으로 유명하다. 마치 탄산음료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다. 나폴레옹은 그래서 베를리너 바이세에 북쪽의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쾰른에는 20세기 초반에 발명된 맥주인 쾰쉬가 있다. 쾰쉬는 에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통 에일과는 다르다. 발효의 시작은 높은 온도에서 하고, 숙성은 낮은 온도에서 에일과 라거의 장점을 고루 섞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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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제조의 황금율 맥주순수령

‘맥아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맥주를 빚거나 여타의 방법으로 조달한 것을 큰 잔에 1페니히 이상을 받고 팔아서는 안 된다. 바로 그래서 우리는 도시나 시장이나 농촌 어디에서나 보리와 홉과 물로만 만든 것을 구입하고 마실 수 있기를 원하노라……. 맥주를 가난한 농부들에게 팔 때는 큰 잔이든, 대접이든 1페니히 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 야콥 블루메가 쓴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에 나오는 맥주순수령에 대한 이야기다. 순수령은 1487년 바이에른 공작이 제정했다. 맥주에 이물질을 넣어 품질이 떨어지는 맥주를 많이 만들어 팔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주에는 홉, 정제수, 맥아만 넣어야 한다고 했다. 맥아는 일종의 엿기름으로 보면 되는데, 밀로 만든 맥아와 보리로 만든 맥아로 나뉜다. 독일어권에서는 밀맥주를 바이스 비어라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순수령을 최초의 맥주에 관한 법이라고 하는데, 맥주에 관한 더 오래된 법이 있다. 3000년 전 함무라비 왕도 일종의 맥주순수법을 만들었다. 함무라비법전은 ‘맥주에 불순물을 넣을 경우 숨이 막혀 죽을 때까지 죄인의 입에 그가 만든 맥주를 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주순수령은 영원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현대에는 맥주에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간다. 심지어 고추가 들어간 맥주도 있다. 호주 퍼스의 리틀크리에이처는 현지에서 꽤 인기있는 양조장인데, 고추를 넣었다. 물론 맵거나 고추맛은 안난다. 대신 효모가 살아 있어서 맥주 색깔이 약간 뿌옇다. 향신료를 넣은 대표적인 맥주는 벨기에의 호가든이다. 오렌지 껍질과 코리앤더 씨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향미가 좋다. 밀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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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맥주는 많다. 자, 오늘 저녁 맥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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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 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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